나는 배부르고, 잠 잘 자고, 화장실 잘 가면 아무 것도 바랄 게 없는 일차원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누가 나의 이런 욕구를 방해하면 앞뒤 생각 없이 주먹부터 나가곤 했다. 이 단순하고 무식한 성격의 제일 큰 피해자는 동생들이었다. 내 과자를 먹었다고, 화장실에서 늦게 나왔다고, 잠자는데 시끄럽게 깨웠다고 하루도 빼지 않고 어린 동생들을 때렸다.
성인이 돼서도 나밖에 몰랐다.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켜도 귀찮으면 무시했고 밤새 야근을 하고 피곤에 지친 어머니가 막 잠이 들어도 밥 달라고 깨웠다. 내 인생의 중요한 일도 아무 생각 없이 결정했다.
어느 날 친구가 “야, 해병대 갈래?” 하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그래!” 하며 바로 친구와 시험을 쳐 합격하고 뜻하지 않게 해병대에 갔다. ‘아! 조금만 알았으면 진짜 안 왔을텐데….’ 군 생활은 너무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전역을 하고 놀고 있을 때 아버지 친구가 “돈 많이 준다는데 호주 가서 일해 볼래?” 해서 그냥 대충 준비해서 비행기를 탔다. 막상 호주에 가 보니 일도 거의 없고 돈도 얼마 주지 않는 데다 영어를 못하니 완전 맨붕이었다. 무조건 No(노)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Yes(예스)! Yes(예스)! 하다가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 단순하고 무식하게 출발했던 나는 3개월 만에 귀국하고 말았다.
돌아온 나는 배달, 현금수송, 발레 파킹, 택배, 독서실 인테리어 등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옮겼지만 1년을 못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생이 “우리 교회 가볼래?” 하기에 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나섰다. 그런데 짜증내는 나와 달리 말씀을 받고 기쁘게 교제하는 성도들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갑자기 나도 변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회 등록을 했다.
예배 후 같은 동네에 사는 형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 때문에 이분을 바로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다’고 했다. ‘부활? 당연히 나도 알지. 그런데 부활로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다고?’ 기가 막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성경책을 펼쳤다.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었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 그 순간 형에게 들었던 말씀들이 하나로 딱 맞춰졌다.
‘아! 예수님이 성경대로 오셔서 죽으시고 성경대로 부활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이시구나! 그래서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는 거구나!’ 그때 형의 ‘예수님이 너의 마음의 주인이니?’ 하던 말이 생각나며 단순하다는 것을 방패 삼아 예수님과 상관 없이 마음대로 움직였던 내 모습이 바로 보였다. 나는 마땅히 지옥에 갈 죄인이었다. 나는 예수님을 믿지 않던 죄를 회개하고 내 마음에 주인으로 모셨다. 춤과 흥이 저절로 나오며 기쁨과 평강이 온몸을 감쌌다.
그러자 어머니와 예수님을 믿지 않아 힘들어하는 가족들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가족들에게 차례대로 그동안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며 복음을 전했다. 늘 괴롭힘을 당한 남동생은 “지금까지 살면서 오늘이 가장 멋진 형의 모습이었어” 했고, 변한 내 모습에 놀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재화가 변하지 않았으면 여기 안 왔지” 하며 교회에 오셨다.
몇 년 전 우리 교회가 이사를 할 때 타일 시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교회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바로 달려가 한 달 동안 힘든 작업을 마쳤다.
지금 나는 큰 병원에서 시설을 관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내 앞에 놓인 무슨 일이든 나의 주인 되어주신 예수님께서 가라고 하시면 가고 멈추라고 하시면 멈춘다. 1차원적인 ‘단무지’였던 내가 이제는 부활하신 예수님밖에 모르는 사명자로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삼는 일에만 단순하게 달려간다.
김재화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