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서구교회의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7년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종교생활을 하는 인구가 5년 전의 55%에서 46%로 줄었다. 심각한 것은 20대 중 종교 인구가 30%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종교별 호감도에서 기독교는 바닥이었다.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10%도 안 됐다.
21세기교회연구소(정재영 소장)는 지난해 11월 ‘가나안 성도(교회를 안 나가는 교인) 신앙생활 탐구’를 주제로 조사를 했다. 가나안 성도 82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가나안 성도는 전체 기독교인의 20%로 추산됐다. 엄청난 숫자다. 가나안 성도들의 신앙 연수도 11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교회들로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들은 교회 생활에 대한 염증, 개인적 편리함 때문에 가나안 성도가 됐다고 답했다. 정재영 소장은 “가나안 성도는 제도로서의 교회를 불편해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생산이 이뤄지듯, 교회는 이제 다양한 신앙적 욕구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혜와 순결의 사역은 무엇인가
예수님은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 10:16)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핍박이 기다리고 있는 세상에서 복음을 전할 때 ‘뱀 같은 지혜’를 말씀하시고 있다. 이 말씀은 주의 깊고 지성적으로 조용히 일하며 계획된 책략대로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이다. 비둘기처럼 순결할 것도 당부한다.
필자는 목회 초기에 ‘지혜와 순결’에 있어 부족한 게 많았다. 특히 언어의 실수가 잦았다. 처음에 세 가정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다. 그중 한 가정의 성도에게 설교 시간에 잠을 잔다고 책망했다. 그런데 그것이 시험이 돼 개척에 참여한 세 가정이 모두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 목회 초년병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열정적 목회 사역이 목사 개인의 욕심에서 출발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우리 교회 신자가 교회를 떠나 이웃 교회로 출석할 때는 목회적 좌절감을 느꼈다. 반면 그 교회에서 우리 교회로 성도가 오면 내심 목회적 상처가 회복되는 것 같기도 했다. 목회 지도력이 참 부족했다. 이러한 모든 현실이 지혜와 순결의 사역을 요구하는 이유가 됐다. 스파크 목회 철학과 사역 방법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지혜와 순결로 성육신 선교 사역
미국 풀러신학교 에디 깁스 박사는 그의 저서 ‘넥스트 처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케팅적 모티브에서 선교적 모티브로!” 우리는 지혜의 사역을 말하면서 마케팅적 사고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크다. 사실 마케팅은 소비자지향주의로 고객의 필요중심적 시장활동을 우선한다. 교회도 성도의 필요에 맞춰 접근하기 쉬운 것이다.
깁스 박사는 말했다. “필요 충족의 신학은 세상의 타락에 관한 성경의 진리를 부적절하게 이해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받는 고난의 역할을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는 해결책도 제시했다. “마케팅적 안목은 교회의 선교적 노력에 정보를 줄 수는 있겠지만 마케팅이 중심돼선 안 된다. 선교는 하나님의 심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폴 히버트 박사도 그의 ‘성육신 선교사역’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육신 사역이 의미하는 것은 선교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것이다. 성령께서 그들에게 말씀을 나타내시고 십자가의 권능을 통해 그들을 변화시키심으로, 그들 가운데 성육신했기 때문에 우리도 성육신해야 한다.”
교회는 경영 마케팅이 아니라 성육신 선교사역을 해야 한다. 이것이 지혜와 순결의 사역이며 스파크 목회의 정신과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개척 시절 새술교회(주다산교회 전신)의 표어를 다음과 같이 내걸었다. ‘지하교회 영성을 공유하고 급진적인 제자도로 지역과 민족, 열방을 복음화하자!’ 이런 성육신 선교를 주다산교회 스파크 목회와 선교에 적용했다.
네팔에선 침술 교수로 은퇴한 평신도 선교사가 네팔주다산교회를 세우고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는 현장에서 순교적 각오로 섬기고 헌신했다. 지금은 현지인 선교를 잘 감당하고 있다.
지혜와 순결로 지혜의 돌봄 사역
제임스 패커 박사는 하나님의 지혜의 열매에는 4가지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역사성과 건강한 신학이 기반이 돼야 한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돼야 한다. 셋째, 구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 넷째, 지혜로운 삶의 훈련이 요구된다.
‘지혜로운 돌봄’이란 책을 낸 아세아연합신학대 안경승 교수는 예수님의 모델에 대해 말했다. “솔로몬은 지혜를 받은 자였지만 우상 숭배자로 전략하고 말았다. 그러나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오셨다.(마 12:42) 예수님이시다. 지혜의 가르침과 치유가 통합된 그분의 돌봄 사역은 생의 고통과 아픔 속에 신음하던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가져오게 했다.”
스파크 목회는 지혜의 돌봄 사역을 다음과 같이 적용했다. 첫째, 양육 사역이다. 양육을 잘못하면 성도들이 오히려 지적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 그래서 양육교재에 ‘훈련’ ‘공부’ 같은 용어를 쓰지 않았다. 대신 ‘마당’이라 했다. 마당은 공부나 훈련의 개념보다 보따리를 풀고 만나 즐기는 곳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주다산교회 양육마당은 복음마당(복음기초, 복음확신) 체험마당(체험성경, 체험영성) 실천마당(실천전도, 실천양육)으로 구성돼 있다. 성경공부도 퀴즈와 낱말 넣기의 형식으로 집필돼 있다. 한마디로 양육 과정이 즐겁다.
둘째, 대공동체 사역이다. 어떤 사역이든 예배와 영성이 중심이다. 즉 순결함을 견지해야 한다. 교회가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특별새벽집회는 이를 위한 것이다. 새벽집회에서는 성도들에게 영적 충족을 줄 수 있는 신선한 말씀을 전한다. 올해 초 새벽집회는 ‘새벽 비상(飛上), 습관의 능력’이 주제였다. 은혜받는 습관,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습관, 축복하고 사랑하며 승리하는 습관이 내용이다. 3주간 진행한다.
새벽집회 시작 전 교회 성도들의 인사는 “벌떡! 일어나세요”이다. 이 인사말에는 의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아침에는 벌떡 일어나야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이를 적용하는 것도 지혜의 돌봄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전도 현장에서는 지혜의 돌봄 사역이 왕성하다. 샬롬축복셀 전도팀은 메시지를 가져가서 주민들과 만나 1대1 셀을 개척한다. 축복기도를 하고 돌아와 계속 기도한다. 그때 놀랍게 열매를 맺게 된다.
지혜와 순결의 사역 현장
주다산교회는 개척교회에서 급성장한 교회다. 자칫 담임목사와 거리를 느낄 수 있는 목회환경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밥상공동체 시간을 갖는다. 담임목사가 한 가정과 함께 식사한다. 식사하면서 가족과 함께 사진도 찍고 축복기도도 한다. 필자는 이 시간에 자녀들의 꿈과 비전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물어본다. 필자는 아이가 평생 잊지 못하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하며 축복기도를 드린다.
여름 전 교인 수련회인 ‘하이파이브’에서도 지혜와 순결 사역을 진행한다. ‘지혜의 삶을 나누기’란 강의를 통해서다. 이 자리에선 성도들이 강사가 된다. 사진 요리 건강 자동차정비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삶의 지혜를 나눈다. 실제로 많은 유익을 얻고 있다. 작은도서관운동도 지혜 돌봄 사역의 하나다. 일명 ‘말하는 영어도서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영어책을 읽는다. 책 읽기를 통해 지혜를 개발하는 현장이다. 교회 내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통해 지성과 영성을 개발한다.
글=권순웅 주다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