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정유제품 환적 혐의 한국 선박 6개월 부산항 억류 중

입력 2019-04-02 23:24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2월 24일 평안남도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항구 야적장에 석탄이 쌓여 있고 부두에는 광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38노스는 지난 2~3월 남포항과 나진항 등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위반하고 석탄 선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한국 국적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을 환적한 혐의로 6개월 가까이 부산항에 억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석탄, 석유 등의 대북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국적 선박(7850t급) 1척의 출항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당 선박이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를 건넸다는 미국의 첩보를 받아 조사에 들어갔고, 이를 입증할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적 선박이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출항이 보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최근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북한의 선박 간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안보리 결의 위반 의심 선박에 대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해오고 있고 이에 따라 선박 4척에 대해 출항 보류 중”이라며 “이 중 한국 기국(旗國) 선박 1척에 대해 관계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3척은 선박 간 환적에 가담한 외국 국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와 ‘코티’호, ‘탤런트 에이스’호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금지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이 해당 선박을 나포·검색·동결(억류)할 것을 의무화했다. 대북 정유 제품 공급·이전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지난 2∼3월 남포항과 나진항, 신의주 철도 조차장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수출 목적으로 석탄을 선적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38노스는 3월 13일 남포항을 찍은 사진에 석탄을 운반하는 차량 21대가 석탄 야적장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 2월 8일 나진항을 촬영한 사진에는 부두에 석탄으로 보이는 것이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38노스는 나진항이 러시아로 연결되는 나진·하산 철도의 지점이라는 근거로 “석탄이 나진항에서 철도를 통해 러시아로 갔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