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회용 쓰레기’ 규제 성과에도… 배달서비스는 사각지대

입력 2019-04-03 04:02 수정 2019-04-03 22:21
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족발 전문점 내부에 포장용 일회용기가 쌓여 있는 모습

서울 서대문구의 한 족발전문점은 하루에 30건 정도 배달 주문을 받는다. 배달 음식엔 보통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6개가 쓰인다. 고기, 막국수, 각종 반찬과 장국을 모두 담으면 비닐에 넣고 나무젓가락과 일회용 숟가락을 2개씩 추가한다. 점주 한모(29)씨는 2일 “배달에 쓰인 그릇을 다시 찾아오려면 인력과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배달 음식업체가 일회용품을 안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그릇은 다회용기지만 용기에 씌우는 랩, 수거용 비닐, 나무젓가락은 모두 일회용이다. 음식물이 묻은 비닐은 재활용할 수 없어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사장 최모(48)씨는 “일주일에 랩을 2통이나 쓴다”며 “대다수 손님이 그릇을 씻지 않고 내놔 수거용 비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다량의 일회용품이 쓰이는 배달 서비스는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최근 몇 년 새 배달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와 관련된 일회용품 규제나 대책은 아직 검토 단계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세웠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70%는 재활용하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금지, 대형마트 비닐 사용 금지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페트병은 전체 출고량 중 51%가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개선됐고 과대포장 방지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인스타그램에서 2일 검색한 배달음식 사진들. 대부분 일회용기에 음식이 담겨 있다.

반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배달 음식 일회용품은 지난 2월에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상반기에 배달 음식과 장례식장 등 아직 규제가 미치지 않은 업종의 일회용품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로선 다회용 그릇을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밖에 없는데 배달음식 범위가 넓고 종류가 많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실현 가능한 대체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일회용품 규제로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어질까봐 걱정된다”며 “대안을 확실히 마련한 다음 규제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현 녹색미래 사무처장은 “최소한 나무젓가락이나 일회용 숟가락은 배달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등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규제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회용품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정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비자가 주문 시 일회용품 사용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하는 등 배달앱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은 박세원 이동환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