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그동안 병원 구내 대한의원 건물에 있는 ‘VIP실’의 존재를 감춰 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서울대병원은 “VIP실의 존재를 잘 모른다”고 둘러댔다. 전직 병원 고위 관계자들도 “대한의원 VIP실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내부 자료를 통해 7년간 67건의 VIP실 진료 내역이 확인되면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VIP실을 운영했고, 누가 혜택을 봤는지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VIP실 운영을 시작한 건 2010년 4월이다. 다음 달인 2010년 5월부터 VIP실 진료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5월에 5건, 6월에 4건, 7월에 3건 등 2010년에만 20건의 VIP실 진료가 이뤄졌다. 이후 잠시 드물어졌다가 2014년 들어 16건으로 급증했다. 2015년에도 13건이나 진행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2017년 3월, VIP실 운영이 폐지됐다. 진료는 매년 이뤄졌는데 돌연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문을 닫았다.
지난 7년간 VIP실에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들이 다녀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일 “다른 환자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기 불편한 분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안다”며 “‘예비 공간’ 개념으로 운영됐을 뿐 별다른 규정은 없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운영 이유와 내역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답변이 가능한지 현재 법무팀에 자문을 요청해 둔 상황”이라며 답변을 미뤘다.
별다른 의료기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5평짜리 VIP실에서 어떻게 진료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대한의원 건물 자체가 진료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면서도 “예외적으로 문진 정도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들이 진료를 받았는지는 기록할 필요가 없었다. VIP 자격 관련 규정도 없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VIP실이 원장실이 있는 대한의원 건물 1층에 위치했고, 진료부원장이 관리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유력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층 인사, 또는 재계 유명인사 등 극소수의 인사들만 혜택을 누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대병원장은 이사회가 후보를 압축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민간 병원들에 비해 권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기관인 것이다. 박 후보자가 이 VIP실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특혜 진료 여부에 대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병원 내 구체적인 진료 장소 등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67건의 진료가 이뤄졌다면 일반적인 예약 절차와 다르게 편의가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박 후보자의 ‘진료 예약 일자’ ‘실제 진료 여부’ ‘구체적인 진료 장소’ ‘의료기기 반출 여부’ ‘의학박물관 내 VIP실 진료 여부’ 등을 요구한 상태다. 한국당 관계자는 “자료 요구 목록을 보면 신상과 관련한 개인 정보는 하나도 없다”며 “특혜 여부를 가리기 위한 보조적인 자료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관련 법리 검토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진료 관련 기록은 프라이버시 영역에 속한다며 한국당을 비판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