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불안정으로 후속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부산 지역 협력업체들의 위기까지 더해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의 판매대수는 몇 달째 감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을 합친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2만5864대에서 지난달 1만3796대로 절반 가량 줄었다. 지난달 해외 판매량은 무려 62.3%나 감소해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이다. 생산 차질에 더해 북미에 수출되는 닛산 ‘로그’의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로그의 부산공장 위탁생산 물량은 오는 9월로 끝난다. 닛산은 최근 부산공장에 올해 배정된 물량의 40%를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로그의 후속 차량 배정도 불투명하다. 이미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제시한 임단협 타결 데드라인(3월 8일)을 한 달 가까이 넘긴데다 최근에는 유럽 수출용 신차(XM3) 물량도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후속 모델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간 생산대수가 20만대인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반토막이 난다. 이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르노그룹 본사를 찾아가 부산공장에 생산물량을 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 지역 협력업체들도 생산량 및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30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벌인 결과 협력업체들의 납품 물량이 많게는 4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차체 프레스 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의 경우 전체 물량을 르노삼성에 납품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2일 “장기파업 사태가 지속될 경우 공장 정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스펜션을 납품하는 B업체의 경우 르노삼성차 물량이 60%가량을 차지하는데 생산 감소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원 급여가 20% 이상 줄어 퇴사하는 직원도 발생했다.
지난달 초 1차 집중교섭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말부터 2차 집중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작업 전환배치 시 노조와 ‘합의’할 것과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신규 채용, 기본급 등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대수는 1만2020대, 손실액은 2352억원에 달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수출용 후속 모델 생산 물량은 임단협을 마무리지어야만 배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회사는 신규채용 등 인사권의 경우 노조와 합의할 사항은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