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디지털 열풍 일으켰지만 ‘메기’ 역할은 아직…

입력 2019-04-03 04:05

2년차 직장인 이선영(26)씨는 현금을 찾을 때 은행이 아니라 편의점으로 간다. 이씨가 쓰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모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수료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업 직후 인터넷은행 계좌부터 만들었다. 시중은행 계좌로 월급을 받으면 즉시 이체한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상품에 가입해 여름휴가 비용을 모으는 데 재미를 붙였다. 이씨는 “ATM 수수료 면제에 끌려 계좌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모든 금융거래를 인터넷은행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메기’로 주목받던 인터넷은행이 3일로 출범 2년을 맞는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3일 첫 영업을 시작했다. 석 달 뒤 ‘동생’ 카카오뱅크가 탄생했다. 만으로 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민 10명 가운데 2명이 인터넷은행 고객이 됐다. 인터넷은행의 성적표는 어떨까. 금융권에선 ‘디지털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은 판도를 뒤흔드는 ‘메기’로 성장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한다.

2일 두 인터넷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891만명, 케이뱅크는 98만명에 이른다. 카카오뱅크는 3000만명 안팎인 시중은행 고객 수를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 3분의 1 수준으로 따라잡았다. 다만 자금운용 규모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초라하다. 지난달 말 수신(예금) 잔액은 카카오뱅크 14조8971억원, 케이뱅크 2조5900억원이다. 여신(대출) 규모는 카카오뱅크 9조6665억원, 케이뱅크 1조4900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은 200조원이 넘는다.

그래도 미래는 밝은 편이다. 인터넷은행의 주요 고객은 기존 은행과 다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고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은 63%에 달한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편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면제, 다양한 비대면 상품 등으로 젊은 고객이 몰려왔다. 이제는 40대(22.3%)를 넘어 중장년층으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혁신 서비스는 기존 금융권에 ‘디지털 열풍’을 불러왔다. 이제는 대형 은행들도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빠른 송금 기능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상담메신저 ‘챗봇’ 등은 대부분 은행 앱에서 제공하는 ‘표준 서비스’가 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에 인터넷은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이 돌풍을 넘어 금융업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도약할지 미지수다. 고객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순손실 1045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줄었지만, 수수료 면제 등의 파격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다. 케이뱅크는 2017년(순손실 83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97억원 순손실을 봤다.

금융업계에선 제3 인터넷은행 도입이 추진되는 올해에 은행권 ‘영역 파괴’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본다. 인터넷은행과 비(非)인터넷은행이라는 구분 대신, 주부·사회초년생·저신용자 등 특정 고객층에 맞춘 서비스가 활발하게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확보한 인터넷은행 고객 1000만명을 바탕으로 얼마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