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배우자와 함께 6세, 0세 자녀를 키우는 A씨는 보증금 12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정신과 진료가 필요했지만 의료비 부담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당연히 일도 할 수 없었다. 아내도 출산으로 인해 더 이상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다.
A씨는 14개월분의 건강보험료 43만7690원을 밀리는 등 3가지 위기 정보를 갖고 있었고 위기가구 대상자 중에서도 위험확률이 비교적 높게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에서 위기가구로 선정되지 않았다. 소득인정액 정보가 없어서였다. A씨는 지난해 5월 스스로 긴급복지를 신청했고 겨우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제2의 송파 세 모녀’를 막겠다며 도입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에 구멍이 존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최근 ‘차상위계층 지원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가 소득인정액 정보를 복지 사각지대 발굴변수로 사용하면서 복지서비스 수급 이력이 있는 가구에 편중되게 위기가구가 발굴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문제로 삼은 ‘소득인정액’은 기초생활보장급여나 기초연금 대상자를 결정할 때 활용되는 정보다. 위기가구의 위험도를 측정할 때 소득인정액 정보가 있으면 위험도가 높게 나타나 ‘고위험 위기가구’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고위험군이어도 복지서비스를 신청한 이력이 없으면 위기가구로 분류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2015년 12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 가동을 시작했다. ‘제2의 송파 세 모녀’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 시스템은 단전·단수가구 등 30종의 정보를 수집해 ‘고위험 위기가구’를 선별, 지방자치단체에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득인정액 정보는 2016년 7월부터 반영됐다. 이후 감사원 지적대로 기초생활보장급여나 기초연금 등의 복지서비스를 받았던 사람, 즉 소득인정액 정보가 있는 사람 위주로 위기가구 발굴이 진행됐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한 적이 없는 송파 세 모녀는 이 시스템으로는 발굴되기 힘든 구조다.
복지부 관계자는 2일 “소득인정액 반영 여부가 위기가구 선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정부는 올해부터 발굴시스템에서 소득인정액 정보를 뺐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구두로라도 주민센터에 서비스를 알아보거나 신청하면 이를 기록으로 남겨 기신청자에 편입해 이들을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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