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수술비 기부는 올림픽때의 국민 성원에 보답한 것”

입력 2019-04-02 20:56
지난달 서울 강남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사무실에서 만난 김아랑 선수가 난청 아동 수술비용을 후원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활짝 웃고 있다. 최민석 기자

“나영아, 아랑이 언니야. 지금쯤이면 언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김아랑(24·고양시청)은 당시 13개월이던 나영이(가명)를 품에 안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사무실에서 만난 김 선수는 “지난 1년간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영이와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나영이는 난청 검진에서 ‘의심’ 판정을 받았다. 세상 빛을 본 지 다섯 달 만이었다. 이어 진행한 청력 검사에서 양쪽 귀 모두 공장 소음에 맞먹는 90㏈의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전농’ 상태라는 결과를 받았다. 청각장애 2급이었다.

나영이의 작은 귀에는 귀만큼이나 거대한 보청기가 꽂혔다. 인공 달팽이관을 삽입하는 수술도 받아야 했다. 어린 나영이에게는 대수술이었다. 비용 부담도 문제였다. 부모는 청각장애인을 돕는 사회복지단체 ‘사랑의 달팽이’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 선수와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사연을 들은 김 선수는 수술비용 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국민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며 “보답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수술 이틀 후 김 선수는 나영이를 처음 봤다. 그 순간 김 선수는 자신이 건넨 돈이 몇 배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는 “나영이가 아프고 불편할 텐데도 헤어질 때까지 계속 웃어줬다”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며 웃었다.

이번 선행은 김 선수가 갖고 있던 기부에 대한 심리적 벽을 허물었다. 그는 “더 크게 돌아오는 행복 덕에 기부의 선순환 기능을 알게 됐다”며 “이런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