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이비 종교집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청춘반환소송’(국민일보 2018년 12월 28일자 30면 참조)의 공판이 본격 시작됐다. 청춘반환소송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탈퇴자 중 3명이 신천지 서산교회 등에 총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과 신천지 이만희(88) 교주와 김남희 전 국제여성평화그룹(IWPG) 대표의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한 형사고발이 함께 이뤄지는 소송을 말한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1단독 심리로 2일 오전 열린 첫 공판에는 신천지 피해자들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대표 홍연호) 임원들만 참석했다. 피고 측에서는 변호인 한 명만 법정에 들어섰다. 전피연 관계자는 “보통 자신들이 피고로 몰린 소송에서는 ‘억울하다’며 신도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우는데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귀띔했다.
공판에서는 신천지 피해자들이 신청한 증인들의 채택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증인으로 신천지 서산교회에 소속된 강사와 신천지 피해자 등 6~7명을 신청하겠다”고 요청했다. 피고 측 변호인이 “직접 관계가 없어 증인으로 세울 필요가 없다”며 맞섰다.
피고 측은 공판 전 22쪽 분량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피고 측은 여기에서 “신천지교회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두 달 정도 숨긴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며 “청춘반환소송 민사재판의 핵심은 신천지가 피해자들에게 거짓말을 강요한 사실의 위법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신천지 피해자 A씨(33·여)는 한숨을 내쉬며 “재판을 준비하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지난 시간을 보상받고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최대한 막고 싶다”고 말했다.
교주 이씨와 김 전 대표를 형사고발한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기도 과천경찰서는 지난달 신천지 피해자들과 전직 임원, 전피연 홍연호 대표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에도 신천지 측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전피연은 지난달 25일 과천경찰서를 방문해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항의했다. 전피연 관계자는 “신천지 반대 집회 중 전피연과 갈등을 빚었던 수사관이 이번 수사에 직간접 개입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했는데도 여전히 수사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과천서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헤아려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데도 기피신청을 받아들일 정도로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수사인력이 부족해 신천지 측은 아직 소환조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전피연은 1일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맡아 달라는 재송치 요청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산=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