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승조원 17명과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 해경 경비정으로 추정되는 선체가 발견됐다.
속초해양경찰서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일 강원도 속초해경에서 열린 경비정 72정 탐색작업 합동 브리핑에서 “침몰 추정 지점에서 북쪽으로 600여m 떨어진 해역에서 사이드스캔소나를 이용한 현장탐사를 실시해 경비정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며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수중무인탐사기(ROV)를 투입해 해당 지점의 선체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스캔소나는 음파를 해저에 비스듬히 보내고 그 반사파를 수신해 해저면의 형태를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속초해경 등은 이어 “선체는 해저면에 바로 놓여 있으며 폐그물로 덮여 있어 접근과 확인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영상 확인 결과 함미의 라운드 형태의 포 거치대, 하부 가림막, 엔진 덮개가 72정 설계도면 크기와 구조가 유사하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해경 잠수지원함(1200t급)을 투입해 1차 탐색작업을 벌였으나 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해양과학기술원의 다목적 해양조사선인 이어도호(357t급)를 투입해 2차 탐색에 나섰고, 탐색 5일 만인 지난 1일 선체를 발견했다.
속초해경 60t급 경비정인 72정은 1980년 1월 23일 오전 5시20분쯤 고성군 거진 동방 2.5마일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72정은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기상 불량과 항해장비 고장에 따른 항로 착오로 200t급 경비정인 207함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경찰관 9명과 의무전투경찰 8명 등 승조원 17명 전원이 실종됐다. 당시 해경은 한 달 동안 해경과 해군함정 등 200여척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실종자를 한 명도 찾지 못했다.
실종자들의 유해는 수습되지 못한 채 속초시 장사동 해경 충혼탑에 이름만 새겨져 있다. 72정 유가족들은 그동안 인양과 함께 유골수습, 사건진실 규명을 요구해 왔고 지난해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탐색이 39년 만에 시작됐다.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조병주(57) 대표는 “72정 순직자들은 국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유골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도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했다”며 “이번 선체 발견으로 39년간 섭섭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침몰한 배의 존재를 확인한 만큼 선체 인양과 함께 유골을 찾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학선 속초해양경찰서장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국가의 의무”라며 “하루빨리 탐색작업을 끝내고 인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