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악취 고통” 뿔난 북대전 주민들… 民民갈등 조짐도

입력 2019-04-02 20:43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인근 북대전 지역 주민들이 10년 넘게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전시 등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 유성구 관평동·구즉동 주민들로 구성된 ‘북대전 악취해결촉구 주민대책위원회’는 2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취로부터 자유로운 생활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북대전 지역의 지리적 특성때문에 지난 10여년간 각종 악취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북대전은 갑천과 산으로 둘러싸였을 뿐 아니라 대기안정도도 높아 악취 물질이 정체된다”며 “악취가 심할 수밖에 없는 곳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해 주민들이 살도록 해놓고 그 누구도 악취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역민들은 시와 각 자치구에 원인 파악 등을 촉구하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각 기관이 모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대책위는 지적했다. 이들은 “시는 자치구 관할이라 권한이 없다 하고 대덕구·유성구도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며 “환경부가 직접 북대전 일대 악취실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시는 악취 관련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는 한편 악취현황 전광판을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현재 유성구 원촌동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도 이 지역과 가까운 유성구 금고동으로 2025년에 이전할 예정이다. 대덕산단을 비롯해 위생매립장, 음식물 자원화시설 등으로부터 다양한 악취 피해를 입는 상황에 하수종말처리장이라는 악취 배출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하수종말처리장 이전을 둘러싼 다툼이 ‘민민갈등’으로 번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전 사업이 하수종말처리장 인근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당초 계획과 다르게 추진될 경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하수종말처리장 인접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대전 하수처리장 이전대책 추진위원회’가 처리장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당시 “그동안 이전 약속에 대한 구체적 실행이 없었다”며 “시와 과기부, 기재부, 환경부 모두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악취배출원을 오히려 늘리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도 “다만 이미 결정된 만큼 주민 간 갈등은 원치 않는다. 악취원인을 어떻게 봉쇄할 것인지 대안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