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증가 큰몫한 ‘연금충당부채’, 당장 부담액은 4조뿐

입력 2019-04-03 04:06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60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부채 증가에는 미래에 공무원·군인 퇴직자에게 줘야 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가 전년 대비 94조1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연금충당부채는 들어올 돈은 고려하지 않고 미래에 나갈 돈만 추산한 빚이다. 국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 성격이 다르다. 국가재정 운용 계획에 활용되는 국가채무(D1)는 680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대 수준을 유지했다. 연금충당부채는 왜 크게 늘었을까, 결국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은 아닐까.

정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2018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총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조9000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부채 대부분은 연금충당부채 증가분에서 비롯됐다. 연금충당부채는 2017년 845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939조9000원으로 늘었다. 2015년부터 매년 90조원 안팎의 증가세를 보인다.

연금충당부채가 최근 급증한 배경은 뭘까. 정부는 ‘할인율’을 지목한다. 미래에 나갈 돈(연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10년간 국채수익률(금리)을 평균한 할인율을 쓴다. 할인율이 낮으면 현재가치가 상승하고, 오르면 그 반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할인율은 2017년 3.66%에서 지난해 3.35%로 낮아졌다. 0.31% 포인트 하락으로 발생한 부채 상승 효과는 64조1000억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 상승 대부분은 재무적 요인”이라며 “재직자 근무기간 증가 등 실질적 요인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금충당부채가 늘었다고 당장 국가 재정에 구멍이 나지는 않는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일단 재직자가 낸 기여금과 사용자 부담금으로 먼저 지급된다. 부족하면 정부가 일반재원에서 지원한다. 연금충당부채가 940조원에 육박한다 해도 대부분은 조성한 재원으로 충당된다. 올해의 경우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지급될 약 20조원 중 16조원은 재직자와 사용자가 낸 기여·부담금을 쓰고, 부족한 4조원가량을 정부가 지원한다.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940조원이라는 돈을 모두 당장 갚아야 하는 게 아닌 셈이다.

또한 문재인정부의 공무원 증원에 따른 국가부채 급증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7년 임용돼 지난해 1년간 근무한 공무원·군인 2만8000여명이 미래 연금수급 대상자로 포함됐지만, 이에 따른 부채 증가는 750억원에 그쳤다.

국가부채 가운데 확정된 빚이면서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인 국가채무는 68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조5000억원 늘었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2%로 전년과 같았다.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 상황까지 합산한 일반정부부채(D2)의 GDP 대비 비율은 42.5%(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0.0%보다 크게 낮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