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전국시청각장애인대회 오늘 개막 “한국형 헬렌 켈러법 조속 제정을”

입력 2019-04-03 00:02
시청각장애인 A씨가 촉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촉수화는 손을 잡고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이다. 밀알복지재단과 시청각장애인 모임 등은 이들을 위한 ‘헬렌켈러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국내 최초로 마련된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표 강윤택)와 시청각장애인 단체 ‘손잡다’는 3일부터 5일까지 충남 천안 대명리조트에서 2019전국시청각장애인대회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지금은 우리들 시간’이란 주제로 열리는 대회에는 전국 시청각장애인 16명과 이들을 돕는 보조자 24명, 일본에서 건너온 시청각장애인 6명 등이 참석한다. 시청각장애인들은 4일 오전 발언대회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계획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은 미국 교육자이자 장애인 인권운동가였던 헬렌 켈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태어날 때부터 감각이 없는 6가지 증상을 동반하는 차지(CHARGE)증후군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어나 수화 등을 제대로 학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손을 맞잡고 촉각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촉수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청각장애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선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관련 통계도 없다. 일부 연구기관이 5000명에서 1만명 사이라고 추산하고 있는 정도다. 이 때문에 적절한 복지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상임대표 정형석)과 시청각장애인 모임 등은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올 초 ‘시청각장애인 사회통합법안’(한국형 헬렌켈러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의와 이들을 도울 보조자의 교육에 대한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법률이 마련돼 있다. 미국은 1960년대, 일본은 1990년대에 시청각장애인만을 위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은 “시청각장애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른 장애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시청각장애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행사가 더 자주 마련되고 법안도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