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여성들에 대해 ‘과도한 스킨십’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7선 상원의원 출신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은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선 출마 선언을 미룬 채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앞에 대형 악재가 등장했다. 여성들의 어깨나 머리를 움켜잡거나 코를 갖다 대는 등 선을 넘는 신체 접촉을 습관적으로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아니다”는 ‘바이든 옹호론’이 적지 않다. 과도한 스킨십 논란이 바이든의 대권 도전에 발목을 잡을지 여부가 조기 과열 기미를 보이는 2020년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2014년 선거에 민주당 네바다주 부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루시 플로레스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첫 폭로했고, 1일에는 두 번째 증언이 나왔다.
43세 여성 에이미 래포스는 2009년 바이든이 자신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던 사실을 폭로했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민주당 하원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래포스는 당시 코네티컷주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이 성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내 머리를 움켜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목을 손으로 감싸고 코로 비비기 위해 나를 끌어당겼다”면서 “그가 끌어당겼을 때 내 입에 키스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래포스는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기 때문에 고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플로레스는 “바이든이 내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머리 냄새를 맡은 뒤 뒷머리에 키스했다.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모욕적이고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성명을 내고 “단 한 번도 부적절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바이든은 예전부터 여성들에게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수준의 스킨십을 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2016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허리를 15초간 꽉 끌어안는 모습은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세련된 매너에다 ‘워싱턴 마당발’인 바이든을 옹호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의 부인 스테파니 카터가 대표적이다. 바이든은 카터 장관 취임식에서 스테파니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주물렀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지지를 보내기 위해 바이든이 손을 얹은 것”이라고 두둔했다.
바이든을 추격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뜻밖의 호재에 미소를 감추기에 바빴다. 바이든에 이어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측은 “바이든에 대한 의혹은 심각한 것”이라며 파장 확산을 기대하는 눈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