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한 ‘2018 회계연도 국가재정 결산 보고서’를 보면 현재 나라 살림살이는 나쁘지 않다. 아니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량한 측에 속한다. 지난해 일반·특별회계뿐 아니라 각종 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합친 통합재정수지는 31조2000억원 흑자로 전년 대비 흑자 규모가 7조1000억원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도 적자 폭이 7조9000억원 줄었다.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국내총생산(GDP)의 38.2%에 그쳤다. GDP 대비 30%대 국가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국가 재무제표상 부채 중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94조1000억원 증가한 939조9000억원이다. 2016년 이후 3년 연속 9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군인 퇴직자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금리 인하로 분모인 할인율이 낮아지다보니 분자인 충당부채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다. 그리고 미래의 연금 수입(공무원, 군인의 기여금 등)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을 추정한 금액이라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향후 공무원·군인 연금지급액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은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채무나 국가 재무제표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다. 지난달 말 통계청은 ‘장래 인구 추계’에서 올해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인구 자연감소 연도를 2029년에서 10년 앞당겼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노인부양비가 증가하면서 연금 재정은 급속히 악화될 게 뻔하다. 국민연금의 재구조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그 성격상 파산하게 버려둘 수 없으므로 결국은 재정에서 책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현재 재정통계는 별 의미가 없다. 쓰임새가 급증할 인구 구조 변화 등 미래에 너무 큰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할 계획이다. 국채를 발행해야 할 추가경정예산도 매년 편성하다시피 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와 일자리 확충이라는 공약에 집착해 재정 규율을 잃으면 되돌릴 수 없는 재정 붕괴가 닥칠 수 있다.
[사설] 지금 재정 규율 안 세우면 나라살림 붕괴 순식간이다
입력 2019-04-0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