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사진)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이 계열사별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은 집중적으로 육성하되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기존 주력 사업은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신사업은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플랫폼인 ‘솔루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기술을 미국 듀폰사로부터 인수한다고 2일 밝혔다. 듀폰의 솔루블 OLED 재료기술과 노하우 등 물질·공정 특허 540여건을 포함한 무형자산, 듀폰의 연구 및 생산설비를 포함한 유형자산 일체를 인수한다. 인수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솔루블 OLED 디스플레이는 용액 형태의 재료를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패널에 얹어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증착형 OLED보다 재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색재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향후 5년 이내에 솔루블 OLED 기술이 대중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솔루블 OLED 사업을 이번에 신설한 첨단소재 부문에 편입한다. LG화학은 기존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사업본부 및 재료사업부문 등 4개 본부 1개 부문에서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사업본부 등 4개 사업본부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한편 LG화학은 LCD 기술에서 핵심인 편광판 및 유리기판 사업은 해외 파트너사를 찾아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OLED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OLED는 강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LCD 관련 사업은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말 3M에서 신학철 부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면서 LG화학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LG 관계자는 “사업본부별로 책임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CEO는 장기적인 비전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뿐만 아니라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도 OLED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LG전자가 올레드 TV와 스마트폰에 OLED를 사용하는 등 OLED를 확대하는 것도 LG화학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구 회장 체제에서 LG의 체질 개선은 다른 계열사에도 나타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 TV 업계 1위 CJ헬로비전 인수를 진행 중이고,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하던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스를 청산키로 했다. LG CNS는 미국 병원 솔루션사업을 접었다.
LG그룹에서 가장 고민이 큰 사업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다. 누적적자가 1조원을 넘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만 5G 시대에 꼭 필요한 플랫폼인 데다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와 맞물려 있는 사업이라 쉽게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 첫해인 올해에도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