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찬란한 계절이다. 꽃이 피고 만물이 소생한다. 추위에 움츠렸던 생물들이 살아나고 따스함으로 모든 것이 힘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교회에서는 부활절을 맞이하며 생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자살은 우울한 계절인 겨울에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오히려 겨울에 자살이 적고 그 겨울을 견디고 난 봄에 자살이 많다. 통계상으로 보면 3월과 5월에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3월부터 일어나는 변화가 첫번째 원인이다. 학교들은 보통 3월에 입학과 개학을 한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는 이때가 연약한 자들은 무섭다. 특히 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했던 이들은 새 학기에 자신의 1년이 결정된다. 우는 사자와 같은 폭력적인 아이들에게 자신이 먹이로 던져지는지 아닌지가 이때 결정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급에서 전에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를 만나면 큰 절망감을 경험한다. 1년 동안 폭력과 괴롭힘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봄이 지나면서 첫 시험인 중간고사를 치르고 그 결과를 받아든다. 이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성인들도 직장에서 변화를 맞이하는 때다. 직무가 변화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게 되면 큰 부담이 된다. 직장인 자살을 보면 업무를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자살을 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직장에서 인정받던 성실한 사람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점점 더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된다.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큰 프로젝트가 이런 사람들에게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성실했고 성공적이었던 직장인들이 갑자기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일들이 생긴다.
두번째 원인은 계절에 따라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해가 길어지면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생긴다. 수면시간이 짧아지면 생활 리듬이 깨어지고 호르몬이 변화를 겪는다. 일반인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기존에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겐 큰 변화다.
세번째 원인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옷도 가벼워지고 화려해진다. 좋은 경치를 찾아 여행이 시작되고 나들이가 잦아진다. 가족들과 행복할 수 있는 여건들도 생긴다. 이 좋은 계절에 소외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간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족들과 행복해 보이는데 자신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얼마 전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SNS 카페인 우울증을 아시나요?’라는 카드뉴스를 만들었다. ‘SNS 카페인’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SNS에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올린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슬픔은 없고 기쁘기만 한 것 같다. 그런 이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실패한 사람 같고 불행한 사람 같아 보인다. 우울증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자연으로 못 나오고 방 안에 갇혀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데 이들이 보는 세상은 너무 행복해 보인다. 그럴수록 자신은 더욱 불행해진다.
찬란한 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싸우고 있다. 이 석 달간 3000여 생명이 스스로 무너진다. 실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이 정도면 수만명의 사람들이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국가재난 수준이다. 온 국민이 함께 나서서 생명을 구해야 한다.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어줘야 한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디 올해는 죽음이 아니라 부활의 축복이 가득한 봄이 되길 기도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