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마라톤…고난 와도 일희일비 말고 묵묵히 최선을”

입력 2019-04-04 00:01
이종승 창원 임마누엘교회 목사(오른쪽 여섯번째)가 2012년 9월 경남 진해 새빛교회 설립예배 후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새빛교회는 임마누엘교회가 8번째로 개척한 교회다.

개척교회 목회자는 죄악 된 세상에서 주의 몸 된 교회를 설립하라는 명령을 주님께 직접 받은 사명자다. 그 사명은 두 가지다. 첫째는 교회 기초와 골조가 튼튼하도록 다지는 것이고 둘째는 후임자들이 나보다 더 목회를 잘하고 교회를 성장시키도록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건물이 오래 유지되고 그 기능을 발휘하려면 기초와 골조가 튼튼해야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개척 초기부터 교회 기초와 골조를 성경적으로 바르게 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교회 개척 초기부터 예배, 교육 프로그램, 선교, 구제, 교회 운영 등 모든 것을 성도들의 편의에 따르지 않고 성경에 기록된 초대교회의 모습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개척교회 목회자는 또 자신의 은사와 장점을 최대한 살려 후임자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후임자들이 목회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교회 제도와 내규를 잘 만들어야 한다.

‘교회 수입 예산의 60%를 선교에 사용한다. 이 결의는 주님 오실 때까지 변경하지 않는다’는 정관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후임 목사가 와서 임의로 바꾸거나 생략하지 않도록 해서 하나님의 복이 교회와 지역사회, 성도들에게 영원히 이어지도록 했다.

개척교회는 글자 그대로 교회 안의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예배 분위기부터 행정, 교육, 선교, 봉사, 기도회, 심지어 기도회 용어, 인사말, 인사하는 자세, 친교까지 백지 위에 그림 그리듯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개척교회 목회자를 통해 하나씩 만들어진다. 그러니 목회자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그래서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모든 기도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기도를 직접 인도했다. 날마다 감사의 조건을 찾고 매 주일 감사예물을 드렸다. 강단 말씀과 강단 아래의 생활이 일치하도록 힘썼으며, 성도들보다 더 많은 물질봉헌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한번 맺은 인간관계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 금융기관 종사자, 전자업체 사장, 종탑 시공자, 이발사 등과 30년 넘게 지속적인 관계를 맺었다.

교회의 머리는 주님이시다. 머리 되신 주님의 지시를 따르고 머리 되신 주님을 위하는 게 존재 목적이다. 그래서 전도, 선교, 구제, 기도, 건축, 교회개척, 연합사업 등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리고 누군가 해야 할 주의 일이라면 내가 먼저, 언젠가 해야 할 주의 일이라면 지금부터 시작했다. 어차피 해야 할 주의 일이라면 더욱 멋있게, 많이 하려고 했다.

구원을 받게 된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기쁨으로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이 있었다. 특히 눈물과 피땀을 쏟아 수고했는데 교회 부흥과 건축 등 좋은 성과가 나타나 주님께서 영광 받으실 때 큰 보람이 있었다.

물론 지독한 배신감을 겪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호언장담하다가 주님께서 붙잡히실 때 재빨리 도망간 제자들을 바라보셨던 예수님을 묵상했다. 주님은 제자들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십자가를 지셨다. 골고다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시면서도 자기를 조롱하는 자들을 용서하시고 기도하셨다.

목회는 마라톤과 같다. 고난이 거듭 닥쳐와도 결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회자는 조금도 자만해선 안 된다. 항상 긴장하며 겸손하게 낮추고 부족한 것을 찾아 보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도 누군가 내게 ‘만약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100번 태어나도 목회를 하고 이왕이면 개척교회 목회를 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단 한 번의 짧은 인생을 산다. 어차피 고생하며 사는데 이왕이면 가장 보람 있고 큰 상급과 좋은 면류관이 있는 목회를 하고 싶다. 그리고 더욱 큰 상급과 더욱 좋은 면류관이 예비된 개척교회 목회를 하고 싶다.

개척교회 목회자, 예비 개척자, 아니 이 땅의 모든 목회자를 향해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할렐루야, 아멘!

정리=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