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젠(殲·J)-11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침범해 긴급 발진한 대만 전투기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 해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사실상 정례화하자 중국이 이에 맞대응하는 차원의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에 전투기 60대를 판매키로 해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1일 연합보와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이쉬 공군기지에서 중국 공군 젠-11 전투기 4대가 이륙해 31일 오전 11시쯤 펑후섬 부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비행했다. 대만 공군은 초계비행 중이던 경국호(IDF) 2대를 긴급 파견해 경고 통신을 했고, 젠-11 전투기 4대 중 2대는 바로 복귀했다.
하지만 나머지 2대가 10여분간 대만 상공에서 대치하면서 대만 전투기 F-16 4대가 추가 발진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젠-11 전투기는 대만 본섬에서 불과 100해리(약 185㎞) 정도 떨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군 당국은 톈궁 미사일 부대와 지상부대,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에 긴급준비태세 명령을 내렸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전투기의 상공 침범을 도발행위라며 강력 규탄했다. 황충옌 총통부 대변인은 “중국 행동은 고의적 도발”이라며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군에 전투태세 임무를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커티스윌버함과 연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경비함이 최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행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돼 왔다. 과거 미 해군은 1년에 한 차례 대만해협 통과작전을 수행했지만 올 들어서는 1~3월 매달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정례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또 F-16 최신 전투기의 대만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미 정부가 록히드마틴사 F-16Vs 전투기 60대의 대만 판매를 사전허가했으며 이런 대량 판매는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만이 중국과 전력이 비슷해지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 대만을 계속 지지한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어서 중국에 정치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대만에 공격용 무기 판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F-16 전투기 판매는 미국 입장이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싱가포르 군사전문가 우샹수는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中전투기 대만 상공 침범… 대만機와 일촉즉발 대치
입력 2019-04-01 21:42 수정 2019-04-01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