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사업의 개발이익 공유와 원주민 재정착 유도를 위해 도입된 ‘대토(代土)보상제’가 제도적 허점을 파고드는 일부 시행사들에 의해 토지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을 앞둔 상황에서 사익 편취를 막고 제도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토보상제는 공공개발사업 등으로 민간 소유 토지가 수용될 때 현금 대신 보상금 범위 내에서 개발된 땅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중에 토지보상금이 대거 풀려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막는 효과와 함께 현금보상의 부작용을 덜고, 원주민의 해당 지역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지 보상의 반대급부로 사업 시행에 따라 조성된 토지에 대해서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투기 방지를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토보상제도와 대토개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릴 경우 잠잠해진 부동산 시장을 다시 과열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전매가 금지된 대토보상권을 ‘신탁’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편법으로 확보하려는 일부 시행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시행사들이 과천지식정보타운, 수서역세권개발사업지구, 고양 장항지구, 평택 브레인 시티 등지에서 대토보상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현금보상자를 대상으로도 대토보상 설명회를 열어 LH의 현금보상보다 높은 가격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대토보상 신청과 권리 매입을 진행 중이다. 100%, 110%, 120% 등 선지급 규모에 따라 개발 후 수익배분 구조를 차등 설계해 공시가격 및 보상금액 설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토지주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지난해 강남 수서지구의 경우 전체 토지보상금 대비 75%에 달하는 대토보상 신청이 몰렸다. 통상 20%인 수준을 터무니없이 웃도는 수치인데 시행사들은 이를 대토보상 참여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근거로 확대 재생산했다. 경기도 고양 장항지구에서도 대토보상 예상액 한도를 크게 상회하는 대토신청이 답지해 추첨을 통해 탈락·반려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토보상이 부풀려질 경우 LH가 입찰을 통한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할 수밖에 없어 토지개발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토보상 법적 기준인 상한선 금액으로 토지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끼리 대토보상 받은 토지채권을 사고팔아 부가이득을 누리는 상황 역시 당초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 전매는 금지돼 있지만 토지보상법상 벌칙조항이 없어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LH 측은 “리츠를 이용한 대토보상 활성화로 토지주들이 공급받는 토지를 좀 더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국토부와 협의해 법령 개정 및 자체 지침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 내부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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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토보상제’, 시행사들 토지 편법 확보 수단으로 전락
입력 2019-04-02 04:01 수정 2019-04-02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