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서 ‘대통령’ 연기한 코미디언, 진짜 대통령 되나

입력 2019-04-01 19:47
인기 코미디언 출신으로 대권 도전에 나선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선 후보가 31일(현지시간) 1차 투표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AP뉴시스

드라마에서 대통령을 연기했을 뿐 실제 정치 경험은 전혀 없는 코미디언이 실제 대통령 당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에서 코미디언 출신 정치 신인 블로디미르 젤렌스키(41) 후보가 60% 개표 기준 30%를 얻어 결선투표 진출이 확실시됐다. 2위 득표자인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16% 남짓 얻었다.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13%에 그쳐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했다. 젤렌스키 후보와 포로셴코 대통령은 오는 21일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를 예정이다.

젤렌스키는 투표를 마친 뒤 한국 언론과 만나 “한국은 이웃에 독재국가(북한)가 있더라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으며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좋은 본보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2015~2017년 방영된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복’의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젤렌스키는 이 드라마에서 하루아침에 대통령에 오른 30대 고등학교 교사를 연기했다. 이 교사는 수업시간에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를 격렬히 비난한다. 한 제자가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바람에 국민적 인기를 얻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60%의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한다.

젤렌스키는 자신이 설립한 기획사 ‘크바르탈95’를 통해 2017년 12월 드라마 제목에서 이름을 딴 정당 ‘국민의 종복’을 공식 창당했다. 드라마 인기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겠다는 게 당초 창당 명분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종복이 여론조사에서 연일 기성 정당 못지않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자 젤렌스키는 지난해 12월 이 정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젤렌스키는 드라마에서처럼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선거 유세도 하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도 가급적 나서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평생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등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되찾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