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강 중인가 바닥 쳤나… 통계청·OECD 엇갈린 진단

입력 2019-04-02 04:04

한국 경제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경기지표’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동행·선행지수는 9개월째 동반하락 중이다. 수출 실적은 넉 달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위기가 계속되자 정부는 공식적인 ‘경기 하강 선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추락하고 있는지, 휘청대다 회복 흐름을 탔는지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기지표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통계청의 경기 지표(동행·선행지수)가 끝없이 하락하는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행지수는 최근 반등했다.

무엇이 맞는 것일까. 현재 공식적으로 한국 경제는 하강하고 있지 않다. 경기 순환은 ‘저점→정점→저점’을 한 주기로 한다. 정부는 2013년 3월 저점 이후 ‘정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정점 시기를 정하면 그 이후 경기가 꺾이는 ‘하강’이 공식화된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경기 하강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근거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다. 동행지수는 현재 경기 상황을, 선행지수는 3~6개월 후 경기 흐름을 보여준다. 기준선(100) 이상이면 팽창, 이하면 하강을 의미한다. 100이하에서 다시 높아지면 ‘침체 회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올해 2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98.7, 98.3이다. 지난해 6월부터 줄기차게 내려가고 있다. 두 수치만 보면 한국 경제는 추락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수치만으로 경기 하강을 공식화하기 쉽지 않다. 정부 안팎에서 이런 고민이 노출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작은 진폭’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는 과거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 있다. 진폭이 작다 보니 어디가 정점인지 찍기 어렵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만 봐도 2017년 5월 101.0을 찍고 계속 하락세인데, 최근 통계를 보정하면서 2017년 9월 101.0을 기록했다. 경기 정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가늠자인 ‘꺾이는 지점’이 2개나 생긴 셈이다.

선행지수의 예측력도 변수다. 통계청과 OECD의 선행지수는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까지 하락을 거듭했지만, OECD가 발표한 올해 1월 한국의 선행지수는 98.96으로 전월 대비 상승했다. 2017년 4월 101.53 이후 19개월 연속 내리다가 지난해 12월(98.87) 반등에 성공하더니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만약 OECD 선행지수 상승세가 계속돼 기준선(100)을 넘어가면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도 가능해진다.

두 기관의 선행지수 차이는 구성 요소에서 비롯된다. OECD 선행지수에는 ‘건설수주액’ ‘구인구직비율’ 등 최근 변동폭이 큰 지표가 반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 안팎에서는 OECD 선행지수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계청의 선행지수가 ‘동행지수’에 따라잡히는 등 예측력에 문제를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정하기 전 선행지수는 2017년 7월 101.2를 나타내며, 정점을 동행지수보다 늦게 찍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의 상승과 하강 폭이 작고 통계청의 선행지수 예측력에도 문제가 있어 ‘경기 정점’ 시기를 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OECD 선행지수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