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단일화에도 승기 못 잡고 비상체제 돌입한 까닭은…

입력 2019-04-02 04:03
경남 창원 성산 4·3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강기윤(위 사진 오른쪽) 후보와 황교안 대표가 1일 반송시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같은 날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심상정(아래 맨 오른쪽) 의원은 시장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 캠프 제공

경남 창원 성산에서 치러지는 4·3 보궐선거가 격랑에 휩쓸리고 있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단일화로 승기를 잡은 듯했던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바짝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도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 유권자와의 접촉을 늘리는 등 ‘비상행동’에 나섰다.

여 후보는 1일 창원 반송시장 유세에서 “참 애가 탄다”며 “단일 후보가 돼서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하니까 큰일났다며 보수 진영 표가 결집하고 있다. 강기윤 후보가 매섭게 치고 올라온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사전투표율이 20%에 미치지 않아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닌가 싶다”며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은 보수 진영 표가 강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호들갑이 아니라 정말 박빙인 상황이다. 한국당이 당원들을 총동원해 공세를 펴고 있다”며 “민중당과의 단일화 실패로 진보층의 이탈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의 완주 방침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계공단이 밀집해 있는 창원 성산은 전통적으로 노동계 표심이 강한 지역이다. 이에 여 후보 측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강기갑 전 의원, 천영세 전 의원 등의 지지 선언을 끌어냈다. 민중당 측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묻지마 단일화’ 이후 노동계의 견제심리로 노동계 표심에서는 손 후보가 우세하다”며 “막판 당력을 노동자 지지 호소에 집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통한 막판 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경남도당 사무실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 의원들을 대거 창원으로 불렀다. 황 대표는 “4·3 보궐선거는 이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선거이면서 창원과 통영·고성의 경제를 살리는 선거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하겠다는 정의당 후보가 당선되면 자영업자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정부와 정의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국당은 자체 분석 결과 상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후보 측 관계자는 “정부 경제 실정에 탈원전 직격탄까지 맞아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며 “현재 초박빙이지만 경제 문제가 표심으로 연결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비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지역 유세에서 고 노회찬 의원을 두고 거친 발언이 나오자 진영 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반송시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정의당 유세를 보면 ‘노회찬 정신’을 자주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그렇게 자랑할 바는 못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 때문에 이 선거가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냐.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느냐”고 여 후보를 겨냥했다.

정의당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망언”이라며 “고 노회찬 의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망언으로 일베 등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배설 수준의 인신공격과 판박이다. 고인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심희정 이형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