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한 번에 비교하고… 계좌 잔액없어도 축의금 보낸다

입력 2019-04-01 19:13 수정 2019-04-01 20:25

대출을 받으려는 A씨는 발품을 파는 대신 스마트폰을 열었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여러 저축은행과 은행의 대출금리를 한 번에 확인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금리와 한도를 제시하는 금융회사에 대출 신청까지 간단하게 마쳤다. B씨는 며칠 뒤 있을 직장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데 생활비 통장에 잔고가 없어 고민에 빠졌다. 동료나 지인에게 빌리자니 여의치 않았다. 그는 신한카드 송금서비스를 이용해 몇 만원이라도 성의를 표시할 수 있었다.

이르면 상반기 안에 이제껏 없던 금융서비스가 등장한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혁신 금융서비스를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풀어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으로 문이 활짝 열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의 첫 회의를 열고 19개 서비스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 1월 금융위에 사전 신청한 105개 서비스 가운데 대출 5건, 보험 2건, 자본시장 3건, 여신전문금융 3건, 은행 2건, 데이터 2건, 전자금융 1건, P2P(개인 간) 대출 1건이 샌드박스에 올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지정해 관련 규제를 최장 4년까지 풀어주는 제도다. 이날부터 시행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도입됐다. 아이들이 모래밭(Sandbox·샌드박스)에서 다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것처럼 규제를 면제 받은 기업들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번에는 ‘대출모집 1사 전속주의 규제’에 특례를 신청한 서비스들이 많았다. 핀다와 비바리퍼블리카, NHN페이코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조건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전 신청해 우선심사 대상에 올랐다. 현재는 대출상담사가 1개 금융회사 상품만 안내해야 돼 소비자 불편이 크다.

해외여행자 보험 가입을 간편화한 서비스도 우선심사를 받게 된다. NH농협손해보험의 ‘ON-OFF 보험’은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소비자가 공항에 도착해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만 하면 간단하게 해외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도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를 사전 신청했다. 보험계약을 모집할 때마다 중요사항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야 하는 보험업법 규제를 면제받아야 가능한 서비스다.


신한카드는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송금서비스를 제안했다.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돈을 송금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개인 신용한도 내에서 경조사비 등을 보낼 때 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카페, 공항 주차장 등에서 미리 환전을 신청한 외화와 100만원 미만의 현금을 수령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환전·현금인출 서비스’를 선보인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정보 제공서비스와 은행에서 ‘알뜰폰’에 가입해 이 휴대전화로 금융거래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 등도 우선심사를 받는다.

금융위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정식신청을 받아 이달 중으로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비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지정 이후 소비자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대략 3~6개월의 준비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선정된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테스트 비용뿐만 아니라 핀테크랩을 통한 공간 제공, 투자 연계, 해외진출 지원까지 집중적이고 유기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