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불모지 경기북부 지역에 전철 7호선 연장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가운데 철도 역사 위치와 명칭을 놓고 주민 간 ‘민민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7호선 서울 도봉산~양주 옥정 연장사업은 서울 도봉산에서 의정부 탑석을 거쳐 양주 옥정까지 15.3㎞에 걸쳐 전철이 이어지는 사업이다.
1일 경기도 의정부시와 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 의정부시는 민락·신곡장암지구 주민 등의 요구에 따라 7호선 의정부 구간 노선 변경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용역 추진을 검토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민 간 갈등이 발생한 데다 까다로운 용역 조건으로 유찰 등이 계속되자 노선 변경 추진을 포기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노선 변경 포기에 대한 기자회견·설명회 등을 열고 “주민들 간 더 이상의 논쟁이나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근 양주시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양주신도시 고읍지구와 옥정지구 주민들이 7호선 역사 위치를 놓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양주시민들은 그동안 의정부시의 노선 변경 요구에 조기 착공을 내세우며 한목소리로 대응했지만, 의정부시가 노선 변경 포기 의사를 밝히자 역사 위치 변경 공론화에 나섰다.
당초 양주시에는 ‘장거리역’ 1개역이 생길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대책이 나오면서 양주시에 추가로 ‘옥정중심역’이 생기게 됐다. 이에 고읍지구 주민들은 옥정지구에 ‘옥정중심역’이 생기기 때문에 ‘장거리역’을 ‘고읍중심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읍지구 주민들은 “2016년 타당성평가 기본계획 보고서에 옥정지구 내 역사 설치가 확정되면 고읍지구 중심부로 역사를 이동하는 세부검토 필요성이 나와 있다”며 “2017년 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도 옥정지구 내 역사 추가설치 시 역사 위치 변경에 대한 검토 예정 등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읍지구 주민들은 이 같은 주장을 정리해 양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옥정지구 주민들은 “장거리역 기준으로 예타가 진행된 것이고, 이미 장거리역을 생각해 투자한 주민들도 있다”며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옥정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행대로 장거리역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민민 갈등 양상이 불거지자 양주시는 “역사 위치 변경은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고읍중앙역 추진위원회’ 등 고읍주민들은 지난 29일 고읍 중심상가 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옥정에는 역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옥정 것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며 “고읍 중심에 역이 생길 수 있도록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읍중앙역 추진위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주=글·사진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