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명이 6주간 투표, 지구촌 최대 선거 인도 총선 D-9

입력 2019-04-02 04:04

‘지구촌 최대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는 인도 총선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9억명의 유권자가 6주 동안 연방 하원의원 500여명을 선출하는 엄청난 규모의 선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재선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인도 국민 13억5000만명 중 유권자 9억명은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이뤄지는 총선을 통해 543명의 하원의원을 뽑는다. 전국 29개주에 투표소 100만여곳이 설치되고, 선거는 지역별로 나뉘어 7차례 실시된다. 인구가 많은 주에서는 투표가 여러 번 진행된다. 인도는 2014년 총선 때도 투표가 총 9차례 있었다. 등록 정당은 2000개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1일 “무수히 많은 사람과 다양한 문화, 분화된 사회경제적 지위를 고려할 때 인도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은 단순하게 진보 혹은 보수로만 구분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년간 집권한 모디 총리는 재선에 도전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인도에서는 하원에서 과반을 획득하는 정당이 총리를 선출한다. 상대는 2014년 총선에서 맞붙었던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다. 카스트 신분제상으로 평민과 천민 사이 하위계급 ‘간치(상인)’인 모디 총리와 70여년간 인도 정치를 쥐락펴락한 정치 명문가 출신 간디 총재의 재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과의 분쟁 등 안보 이슈를 선점하며 표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고, 48년 만에 파키스탄 공습을 단행했다. 재선을 위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인도판 ‘북풍(北風)’을 일으킨 것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의 지난 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2000명 중 83%가 모디 총리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지난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하원 428석 중 282석을 차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여느 선거가 그렇듯 변수는 경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인도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6~7%에서 주춤하고 있다. 실업률은 6.1%로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국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인도 농민들은 모디 정부의 제조업 중심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간디 총재는 “우리 당의 집권보다 모디 총리 재선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하다. 인도 국민의 64%는 파키스탄과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가짜뉴스에 노출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BJP에서 일했던 한 남성은 “정당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것을 보고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는 인도 국민 2억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주로 전달된다. 한 사람이 대화방에 최대 256명을 초대해 가짜뉴스에 해당하는 텍스트와 사진, 영상을 공유하는 식이다.

리서치회사 카운터포인트 관계자는 “인도는 가짜뉴스를 가장 싼값에 퍼뜨릴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매달 149루피(약 2400원)만 내면 하루에 데이터 1.5GB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통신요금이 저렴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