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관련 도서가 올해 들어 출판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혼돈의 시대, 삶의 원칙과 지혜를 원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는 1일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가 3월 마지막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주요 철학 개념 50가지를 담은 교양 철학서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융의 ‘페르소나’, 권위의 요소에 대해 설명하는 베버의 ‘카리스마’, 체제의 전환을 설명하는 쿤의 ‘패러다임 전환’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지난 1월 말 출간된 책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정명찬 다산북스 미디어홍보팀장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원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나온 ‘을의 철학’(한빛비즈)은 철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관점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스스로를 ‘30대 중반 비정규직 노동자’로 소개한 저자 송수진씨는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 계약직을 전전하다 어느 날 철학 책을 읽기 시작해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바꿨다. 송씨는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삶의 맥락에서 나온 사유의 산물이더라. 철학을 공부하면서 정규직에 목매지 않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며 “지금도 불안은 있지만 내 삶을 끌어안을 용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깨달음을 준 마르크스, 니체, 비트겐슈타인 등의 철학을 소개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메이븐)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였던 조던 피터슨이 쓴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지혜를 12가지 법칙으로 정리했다. 법칙은 단순하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등 경험적으로 검증된 삶의 지혜들이다. 지난해 10월 나온 이 책은 꾸준히 화제몰이를 하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철학 에세이 ‘백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도 순위권에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인생에서 깨달은 삶의 다양한 비밀을 담담하게 쓴 것이다. 정치사상을 전공한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어크로스)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불문율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철학서의 인문 분야 판매 비중은 21.1%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판매 부수도 15만권으로 1분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은 “지난해 인기 있었던 에세이의 주된 기능이 공감이라면 철학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 독자들이 공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지혜를 얻기 원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