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 후 신바람을 타고 있다. 지난해 불안했던 불펜진이 한층 더 안정된 피칭으로 마운드를 지키는 모습이 눈에 띈다.
LG는 1일 현재 개막 8경기에서 5승 3패로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팀 타율은 0.210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은 불펜이 힘을 낸 덕분이다. 최근 LG는 선발투수가 5회 이상 버틴 뒤 불펜이 대거 투입돼 나머지 이닝을 책임진다. 리드를 지키는 것은 물론 경기를 뒤집을 기회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62로 9위였다. 불펜의 뒷심 부족으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출발이 좋다.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이 1.21로 1위이다. 블론세이브도 ‘제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3.34·3위)보다 좋다.
LG 불펜이 힘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신인 ‘정우영 효과’ 때문이다. 비시즌부터 LG 마운드를 이끌 선수로 주목을 받은 사이드암 정우영은 4경기에 나와 7이닝 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투를 펼치고 있다.
정우영이 합류하면서 LG는 불펜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 다른 불펜 투수들의 힘도 비축되는 선순환 구조를 낳고 있다. 이에 기존 투수들도 상대 타선을 잘 막아내고 있다. 마무리 정찬헌은 4경기 3⅔이닝 4탈삼진 무실점에 1승 3세이브를 챙겼다. 신정락은 5경기 4⅓이닝 5탈삼진 무실점에 2홀드를 올렸다. 3년차 고우석도 4경기 6이닝 3실점으로 좋다.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정우영은 2이닝 정도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데다 팀 내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공의 변화가 좋은데, 투구폼도 유연하고 안정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일언 투수코치의 합류도 불펜의 상승 원동력으로 꼽힌다. 1993년부터 코치 생활을 한 그는 투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하고 명확하게 지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NC 다이노스 시절에는 ‘일언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용철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최 코치의 합류로 내부적으로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개선이 있었을 테고, 특유의 1대 1 맞춤형 지도가 투수들의 기술과 멘탈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펜이 힘을 내자 선발도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도 이뤄지고 있다. LG는 이날 기준 전체 투수 평균자책점도 2.43으로 1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 8경기 평균자책점(4.52)과 비교해도 2점 이상이나 낮다. LG 관계자는 “초반 불펜들의 활약이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선발진과 타선도 중요한 순간에 더욱 집중력과 근성을 보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속단은 아직 이르다. 이 위원은 “시즌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 투수들의 잠재력은 좋으니 비시즌 선수 개개인의 준비가 얼마나 됐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