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을 흔히들 ‘통일의 마중물’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른다. 장차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그중에서도 특히 탈북 청소년과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사랑학교는 그들의 신앙과 학업을 돕기 위해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대안학교다. 심양섭(58) 교장은 남북한 사회를 모두 경험한 탈북 청소년들이야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다음세대의 주역’이라 말한다. 심 교장을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남북사랑학교에서 만났다.
“탈북민 41%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입니다. 이들을 복음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건강한 일꾼으로 양육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심 교장은 학교의 교육목표를 이같이 소개했다. 학교는 현재 15세부터 31세까지 32명의 탈북 청소년과 청년들이 매일 아침 성경공부와 예배를 드리며 공부하고 있다.
남북사랑학교는 탈북 청소년과 청년들이 한국사회 적응에 실패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빌립 열방샘교회 목사가 2016년 5월 설립했다. 심 교장은 이들을 복음으로 다시 세우고자 했던 이 목사의 뜻을 이어받아 2017년 6월부터 교장을 맡았다.
일간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한때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이내 한계를 느낀 심 교장은 신문기사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의 실상을 접했다. 그들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이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는 “탈북 청년들을 통일의 마중물로 봐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이들을 잘 품어 신앙 성장을 돕는다면 미래 한반도 복음 통일의 일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우리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친구가 되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친구처럼 지켜주는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장은 “이들이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나중에 북한의 문이 열렸을 때 그곳에 들어가 복음에 빚진 자들로서 다시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님께서 그들을 ‘먼저 온 통일’로 한국에 보내주신 만큼 교회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남북 통합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현지 선교에 앞서 한국에 정착한 이들과 함께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작은 통일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면서 “살아있는 북한이 (우리 곁에) 왔지 않느냐. 그들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그들과 같이 성경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고 대화하며 통합을 이루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심 교장은 탈북 청소년의 50% 이상인 제삼국(주로 중국 등) 출신 중도입국 탈북자 자녀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정착지원 제도를 선도하는 모델로서 학교를 육성하고자 한다.
그는 “복음사관학교로서 신앙 성장을 기본으로 교육의 전문성도 갖춰 탈북 청소년과 청년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그리스도인 한 명 한 명이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보혁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