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반도체 회복 늦어진다는 견해 나와 상당히 우려”

입력 2019-04-01 19:03

“반도체 경기는 일시적 조정 성격이 강하고, 하반기 이후 메모리 수요 회복에 힘입어 개선될 것이란 견해가 아직은 다수입니다. 그런데 아주 최근 들어서는….”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를 전망하던 중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요 며칠 사이에 파악을 해보면, 회복 시기가 하반기에서 뒤로 늦춰질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속도도 조금 더디게’라는 견해가 나와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발언으로 일관하는 이 총재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우려’라는 표현에는 적잖은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많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대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었다. 2월엔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보면 소폭의 증가세”라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런 이 총재가 이날은 “최근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일부 반도체 수출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향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 단가가 상당히 빠르게 하락하며 수출과 매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예고에 이은 이 같은 분석은 한국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 하향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은은 올해 69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500억 달러 규모로 예측한다.

취임 5년째를 맞은 이 총재는 “우리나라를 개방경제라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늘 대외여건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주 국제결제은행(BIS)의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했던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침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져서 주요국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긴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기준금리 1.75%는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수준, 시중 유동성상황에 비춰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