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101번째 우승 키스… 패자 이스너 “당신 있어 행복, 영원히 은퇴 말라”

입력 2019-04-01 19:33
38세의 백전노장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10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난공불락과 같은 지미 코너스의 109회 우승에 좀더 근접했다. 페더러가 1일(한국시간) 열린 마이애미 오픈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뒤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AP뉴시스

“당신의 경기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영원히 은퇴하지 말아 달라.”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이애미 오픈 단식 결승.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스위스)를 상대한 존 이스너(34·미국)는 맞대결에서 패한 뒤 이같이 말했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운동신경이나 기량 면에서 약점을 찾을 수 없는 페더러에 대한 찬사였다. 이를 들었을까. 페더러는 방송 해설자에게 “은퇴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페더러는 이날 경기에서 디펜딩챔피언 이스너를 2대 0(6-1 6-4)으로 가볍게 이기고 통산 101번째 ATP 투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페더러는 준결승에서 무려 자신보다 18살이나 어린 1999년생 신예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를 눌렀다. 페더러는 지난 2월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패한 존 이스너(오른쪽)가 페더러에게 우승을 축하하며 악수를 하는 모습. AP뉴시스

이날 이스너는 대회에서 입은 왼발 피로 골절 부상으로 2세트 도중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스너는 “경기 초반 나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페더러가 너무 잘하더라. 그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났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페더러는 이스너의 안부를 물은 뒤 “그의 부상으로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면서도 “그래도 내 할 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페더러는 첫 세트를 24분 만에 따냈다.

페더러는 지난 1월 메이저대회인 호주 오픈 16강전에서 까마득한 후배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에게 패한 뒤 “은퇴할 시기가 왔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잦은 범실에다 체력 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약점을 보완, 이전의 기량을 되찾으며 투어 대회 우승 사냥에 재차 시동을 걸었다.

이날 승리로 페더러는 ATP 투어 최다 우승 기록인 지미 코너스의 109회에 불과 8개만을 남겨뒀다. 테니스계에 코너스의 기록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도무지 한계를 모르는 페더러의 행보에 세계 테니스 팬들은 기록 갱신을 염원하고 확신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