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부진 장기화 가능성… 정책 실패 빨리 고쳐야

입력 2019-04-02 04:03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7%)의 절반가량을 수출이 담당했다. 생산과 투자가 둔화된 가운데 그나마 수출과 정부지출이 경제를 지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418억9000만 달러였다. 내수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제1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진다. 전년 동기 대비 15.5%가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중국 경제 활력이 둔화된 파장이다.

독보적인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진 탓도 크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3월 108억 달러에서 올해 3월 9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물량은 3월에 증가세로 반전됐지만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출액이 줄었다. D램(DDR4 8Gb) 가격은 지난해 3월 9.1달러에서 올해 3월 5.1달러로 44%나 하락했다.

정부의 수출 전망은 상반기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요약된다. 하지만 주요 수출국 경기와 반도체 등 주력 상품 업황은 갈수록 비관적인 쪽을 가리키고 있다. 중국, EU의 성장이 이미 크게 둔화된 데 이어 미국도 내년부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부터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쑥 들어갔다.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上低下低)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470조원 슈퍼 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몇 달도 안돼 추가경정예산 얘기를 꺼내도 나무랄 수만 없는 건 실물경제의 하강 속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으로 경기를 부양한다고 해서 일시적인 진통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건 관료들도 모르지 않는다. 대외 경제 환경 악화가 겹쳤지만 근본적 수출 부진의 원인은 기업과 주력 산업의 경쟁력 하락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들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급강하한데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기업 현실을 무시한 경직적 근로시간 단축의 시행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정책 실패의 교정에 속도를 내지 않는 한 아무리 수출대책회의를 거듭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