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준식] 포용국가가 혁신적인 이유

입력 2019-04-02 04:01

지난달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사회정책 추진 전략은 ‘포용국가’라는 사회의 이념적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회적 전환 전략의 청사진이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안보국가’나 ‘발전국가’가 국가의 최고 정책 이념이었던 때를 생각한다면, 포용국가는 정책의 가치체계를 새롭게 제시하는 사회적 전환의 로드맵이다. 문재인정부의 사회통합과 포용정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과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편적 복지와 포용적 사회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뿐 아니라 이 정책이 사회의 혁신 역량과 잠재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중영합정책으로 비판하는 세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포용적 사회정책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사회 발전의 방향이며, 사회 역동성과 지속 가능한 혁신 역량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확실한 선택이다. 포용적 사회의 견실한 토대와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누구도 과감한 혁신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실패는 혁신의 조건일 수 있다.

먼 미래를 향한 장기적 투자 없이 큰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혁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미래를 믿을 수 없고, 국민과 성취의 결과를 나눈다는 믿음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일시적 성공은 있어도 지속 가능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혁신을 위해 포용적 사회정책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혁신의 성공은 사회 전체의 포용적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북유럽의 선진적 혁신국가들이 높은 복지 지출을 감수하면서 혁신하는 이유는 포용국가의 토양이 혁신의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슨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이 여전히 첨단 정보통신산업의 강자인 이유는 에릭슨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더 경쟁력 있는 기업에서 안심하고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노키아가 사라져도 핀란드 젊은이들은 수많은 기술 벤처기업들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덴마크나 독일 노동자는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희망 분야로의 전직을 위한 장기적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실업보험과 직업훈련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들의 능력 향상과 전직을 위한 훈련에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포용적 사회정책은 미래를 위한 혁신과의 굳건한 ‘사회적 계약’이고 그러한 계약이 지켜지는 상황에서 국가와 노동자, 노동자와 기업의 신뢰가 다져진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