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임상시험과 연구결과가 효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요.”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 강성석(40) 목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운동본부는 국내 의료용 대마 합법화 및 확산을 위해 질환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 등이 만든 단체다. 강 목사가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경남 창원에서 목회할 때다.
“2014년 다문화가정에 쌀을 나눠주다 허리를 삐끗했어요. 허리를 못 필 정도였고 디스크수술을 받았지요. 몇 달 병원신세를 졌고 지금도 오른쪽 엄지와 검지 발가락에 감각이 없습니다. 허리에 핀을 꽂아야 한다는 진단도 받았고요.”
당시 병상 맞은편 환자는 낙상으로 목을 다쳤고, 옆자리는 허리 통증이 심한 환자였다. 병원에서는 매일밤 고통이 심한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약했다. 이 즈음 TV에서 미국 캐나다 등에서 대마가 의료용으로 쓰인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후 그는 뇌전증(간질) 자녀를 둔 부모가 의료용 대마를 구하려다 마약밀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것을 보고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치유하신 ‘귀신들린 병’이 바로 뇌전증입니다. 발작하는 모습 때문에 귀신과 연결시켰던 병이지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운동본부는 2017년 6월 창립했다. 홈페이지와 카페를 만들고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를 벌였다.
반응은 녹록지 않았다. 막상 법적 규제와 대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지난해 11월말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골자로 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전격 통과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은 현재 학술연구, 공무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대마를 의료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환자들이 마약법을 바꾼 것”이라며 “선진 각국에서 의학적 효능이 증명되고 환자와 그 가족 등의 시민운동과 투쟁으로 합법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은 바람대로 바뀌었지만 환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강 목사는 “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뇌전증 환자수만 약 40만명인데, 서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한 곳에서만 공급하도록 한정하면 약을 신청하고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매일 약을 먹어야하는 환자와 그 가족에겐 고통일 수밖에 없다. 약값도 비싼 편이다. 이에 운동본부는 의료용 대마 공급절차 간소화를 위해 청와대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강 목사는 3대째 목회자 집안이다. 조부 강은영 목사는 6·25전쟁 때 평안도 진남포에서 목회하다 순교당했다. 부친 강신일 목사는 강화와 화성, 용인에서 40여년 농촌목회를 했다.
강 목사는 사람을 살리는 이런 활동을 주님이 주신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저소득층 약값 지원 등을 위한 권리센터와 서천에 충남대마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