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를 부른 부동산 투기 의혹을 가장 앞장서서 질책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도 부동산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아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정부의 다주택 규제 정책을 비판해 왔던 터라 일부 의원의 사적인 이익을 스스로 지키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공개한 국토위원 30명의 지난해 재산변동 사항을 31일 국민일보가 분석한 결과 30명 중 11명이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5명, 한국당 5명, 바른미래당 1명이다.
한국당 국토위 간사인 박덕흠 의원은 총 3채의 아파트를 신고했다.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37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와 배우자와 차남이 함께 보유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21억원 상당) 등 신고액만 60억원에 달한다. 국토위 위원장인 박순자 한국당 의원도 본인 명의의 경기도 안산 단독주택과 남편 명의의 경기도 시흥 소재 복합건물 2채를 신고했다.
서울 강남 등 부촌에 2채 이상의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지역구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의원도 있었다.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에 전셋집이 있는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15억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2채를 배우자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도 지역구인 경북 김천에 전셋집을 얻어 놓고 7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부부 명의로 보유 중이다. 송 의원은 경기도 과천에 5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갖고 있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은 본인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13억원 상당)를 갖고 있고, 같은 지역의 7억5000만원짜리 다른 아파트는 부인 명의로 보유 중이다. 이 의원은 보유 아파트 가격이 지난 1년 만에 4억5000만원 올랐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본인 명의의 경기도 구리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서울 서대문구 다세대주택, 구리시 복합건물을 신고했다. 같은 당 이후삼 의원도 배우자 명의의 경기도 용인 아파트와 성남 다세대주택 등 3채를 보유 중이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본인 명의의 전남 여수 단독주택 2채와 배우자 명의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정부에 이어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상당수도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을 국민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고위 공직자 스스로 공직자윤리법을 준수해 이해충돌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우삼 이종선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