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 비상호출 10시간 먹통… 구멍 뚫린 증인 신변보호

입력 2019-04-01 04:02
사진=뉴시스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증인인 배우 윤지오(31·사진)씨가 경찰에서 지급받은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수차례 눌렀지만 10시간이 지나서야 연락을 받았다. 국민적 관심 사안의 증인 신변보호에 구멍이 나면서 경찰에 비난이 쏠리고 있다.

윤씨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찰 측에서 지급한 위치추적장치 겸 비상호출 스마트워치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숙소에 수상한 가스 냄새가 나고 출입문 잠금장치가 갑자기 잠기지 않는 등 상황에 위협을 느껴 스마트워치의 호출 버튼을 눌렀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경찰과 윤씨에 따르면 그는 스마트워치 호출 버튼을 이날 오전 5시55분부터 3차례 눌렀다. 그러나 조치를 기다리다 못한 윤씨가 청와대 청원글을 올리고 나서야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버튼을 누르고 약 10시간50분이 지난 뒤였다. 윤씨가 “보호시설 및 대책방안과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호소한 이 청원글은 하루 만인 31일 오후까지 25만여명이 공감했다.

윤씨에게 전화한 경찰관은 “(경찰)청에서 연락을 받고 전화했다. 112 상황실 쪽으로 연락이 안 됐었나”라고 물은 뒤 “어떤 상황이 있었던 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이에 윤씨는 “상황이 있으니 누르지 않았겠나. 제가 장난으로 눌렀겠나”라고 답했다. 이 통화는 윤씨의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윤씨 신변보호를 맡고 있는 서울 동작경찰서는 “긴급호출 시 112로 자동 신고되도록 설정돼 있으나 긴급 호출을 했음에도 신고가 접수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이유를 개발업체 등과 함께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마트워치 관리자로 등록된 담당 경찰관에게 알림 문자가 전송됐는데도 확인이 안 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이 신변보호 업무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는 이전에도 오작동 사례가 있었다. 임모(55)씨는 2017년 8월 신변보호를 요청해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고 같은 달 스토킹 가해자 배모(57)씨가 찾아왔을 때 위급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살해당했다. 실내여서 위치값이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경찰청은 이후 성능을 개선한 기기를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순차적으로 지급해 왔다. 윤씨가 지급 받은 스마트워치는 지난 1월부터 보급된 신형이다. 현재 전국의 신변보호 대상자는 800여명이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를 향한 불신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경찰의 신변보호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사비를 들여 24시간 사설 경호원을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작서는 “서장이 31일 새벽 윤씨를 방문해 공식 사과했다”면서 “윤씨에게 경찰 인력을 24시간 배치하는 한편 신고한 사항을 현장 감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가해자 검거에 주로 신경을 쓸 뿐 피해자 신변보호는 전반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현재처럼 각 경찰서에 피해자 전담 경찰관을 두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피해자 전담 기구나 부서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