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굿 이너프딜 접점찾기… 외교전 재시동

입력 2019-04-01 04:03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북핵 협상의 방향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북·미, 북·러, 북·중 연쇄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선후가 결정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표면화된 한·미 균열을 봉합하고, 동력을 상실한 북·미 대화를 촉진시켜야 하는 복잡다단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정상회담 의제 협의차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남·북·미 간 톱다운 방식으로 궤도 내에서 대화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중요한 것은 한·미 간 비핵화 목적이 같아야 되는 것”이라며 “그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지 논의하겠다”고 했다. 북핵 협상의 기본인 비핵화 개념 정의와 목표에 대한 의견 일치부터 확실하게 보겠다는 의미다. 김 차장은 1일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한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3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북·미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데 한·미의 상황 인식이 같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과의 회담을 위해 이날 오전 미국으로 향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한 뒤 동시다발적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연성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식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절충한 ‘굿 이너프딜’(충분히 괜찮은 합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빅딜의 수위를 조정하고 북한을 설득한 뒤 다시 미국과 제재 문제를 협의한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사실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라 문 대통령의 설득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한·미는 최근 남북 경제협력 추진,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해 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 갈등을 불식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정상회담 의제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지금 제가 답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