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인사배제 7대 원칙… 靑 ‘부동산 투기’ 넣어 땜질 시도

입력 2019-04-01 04:03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청와대에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에 관한 브리핑을 시작하고 있다. 윤 수석은 이날 낙마한 장관 후보자 2명 외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는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이병주 기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해외 부실학회 참석도 문제였지만 아들에게 고급 외제차를 사주기 위해 전세금을 올렸다고 밝히면서 공분을 샀다. 국민들의 따가운 부동산 정서에 불을 지르면서 낙마의 원인이 된 것인데, 이런 문제는 청와대가 마련한 7대 인사배제 원칙에는 ‘배제된’ 것들이다.

이를 두고 기계적인 7대 원칙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부터 청와대가 자의적으로 만든 기준이어서 면피용으로만 사용된 데다 국민 정서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보완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이번 정부에서만 사용되다 폐기되는 일회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 앞서 병역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을 고위공직자 인선 배제 5대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초대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무더기 위장전입 사례가 불거지며 체면을 구겼다. 그리고 내놓은 것이 2017년 11월 발표한 7대 원칙이다. 병역기피, 탈세,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관련 범죄로 구성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동산 투기 문제는 불법적 재산증식에 해당한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만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최 후보자처럼 ‘합법적으로’ 부동산 3채를 굴리며 2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거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상가건물에 25억원을 ‘몰빵’ 투자해도 엄밀히 말하면 7대 원칙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청와대도 이를 믿고 지명을 강행했지만 국민 정서가 등을 돌리자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키로 한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청와대가 7대 원칙만 믿고 여론은 살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조 후보자 지명철회 관련 입장문에서 “청와대 인사검정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와 언론보도 등에서 문제가 새롭게 대두된다면 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청와대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장관급 인사 8명에 대해 임명을 강행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국회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윤 수석은 “부동산 투기 의혹은 7대 원칙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국민 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능력 있는 분을 모시려 할 때마다 꼭 이런 흠결이 나타나 모시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7대 기준 문제를 한번 논의해볼 시점은 온 것 같다”며 “부동산 투기 문제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