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복합쇼핑몰, 공기 질을 한라산 수준으로 만들겠다는데…

입력 2019-03-31 19:26 수정 2019-03-31 21:30
모델이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내 높이 3.4m, 폭 2m 공기청정기 앞에서 초대형 공기청정기 도입을 홍보하고 있다. IFC몰 제공

미세먼지 탓에 사람들이 실내로 몰리면서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공기 질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3월 첫째 주말 스타필드(고양·하남·코엑스점)를 찾은 사람은 평소보다 10%가량 늘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심한 날, 쇼핑몰 내 공기는 바깥 공기와 비교해 얼마나 나을까.

31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은 미세먼지 ‘안전지대’로 보기 어렵다. 의류나 침구류에서 나오는 먼지로 평소에도 공기가 안 좋은데 출입구 등을 통해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날에는 상황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서울 한 백화점에서 일하는 판매사원 A씨는 “백화점 공기는 항상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매우 나쁨’(76㎍/㎥ 이상)을 기록하는 날에는 백화점 공기 질이 외부보다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공조기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걸러내기 때문에 밖보다 공기 질이 좋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조기 필터 전면 교체, 에어커튼 및 공기청정기 설치, 스마트 환기 시스템 구축을 통한 유통업체의 공기 질 개선 노력이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기 질 관리를 통해 점포 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를 외부보다 20~30%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농도와 가구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 감축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점포 공기 질을 한라산과 설악산 등 국내 4대산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기준 한라산·설악산·지리산·속리산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3.5㎍/㎥, 21.9㎍/㎥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4대산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현재 점포 농도의 절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IFC몰도 지난달 높이 3.4m, 폭 2m짜리 공기청정기 2대를 설치했으며 이달 중 2대를 더 구축할 예정이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내 공기 질을 실제 4대산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4대산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서울 등 도심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조기와 에어커튼 가동을 통해 점포 내 미세먼지 수준을 바깥보다 20~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지난해 4대산 평균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는 같은 해 서울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