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치킨 먹고 스마트폰 게임 열광… 평양 ‘新 소비계층’ 뜬다

입력 2019-03-31 19:43
13일 평양의 한 실내수영장에서 결혼을 앞둔 한 쌍의 남녀가 결혼사진 야외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평양에서는 구매력을 갖춘 신흥 소비계층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인 호주인 알렉 시글리는 31일 영국 가디언 기고문에서 “북한은 전환기를 겪고 있다”며 “평양에는 작게나마 소비계층(consumer class)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들 소비계층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외식문화다. 평양에서는 불고기와 비빔밥 등 한국음식은 물론 회전초밥, 정통 중국요리도 접할 수 있다. 표고버섯과 마카로니 등 50여종의 식재료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손님이 자유롭게 고르도록 하는 샤부샤부 레스토랑도 있다. 맥도날드, KFC 등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과 흡사한 햄버거와 치킨도 맛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옷차림은 서울이나 상하이에 갖다놔도 어색하지 않으며 성형수술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젊은이도 있다고 시글리는 전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꽤 높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뉴스를 검색하는 데 열중하는 ‘스마트폰 좀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글리와 넉 달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북한 학생은 해외 축구스타인 네이마르와 리오넬 메시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이 3월 초쯤 러시아에 밀가루 10만t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아사히신문이 탈북자 등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식량 10만t을 무상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러시아 측은 5만t 지원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 악화와 대북 제재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사재기가 발생하면서 식량 가격이 상승할 조짐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