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앞서 낙마했던 많은 후보자들은 모두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이번엔 문 대통령이 직접 결정을 번복하면서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부실 인사 검증 책임론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윤 수석 발표 30분 전 자진사퇴했다. 따라서 개각 대상자 7명 중 2명이 낙마했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논의 끝에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첫 후보 지명 철회 조치가 나오면서 비판의 화살은 인사 검증을 책임진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으로 향하고 있다. 둘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유이하게 남아 있는 1기 수석이다. 조국 수석은 권력기관 개편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의 사회개혁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조현옥 수석은 ‘여성 장관 30%’ 시대 등 정부 내 균형 인사를 담당하는 유일한 여성 수석이다. 둘 다 맡고 있는 막중한 역할 때문에 잦은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거듭 유임돼 왔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이번에는 인사 검증 실수의 책임이 참모진에게만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명 철회를 결정하는 사태까지 야기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엄중하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같은 대통령 측근은 물론 영입 인사인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모두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었다.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비치지 않았고, 그 사이 국민적 반감이 확산되자 결국 청와대가 지명 철회 방식으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지난 29일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 등 청와대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한 비판을 고려한 조치지만 장관 후보자 2명을 낙마시킨 것만으로는 국민적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론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이날 부실 인사 검증 문책 여론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윤 수석은 “부실 학회 참석 여부는 검증 때 본인에게 묻는데, 후보자가 ‘부실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지명 철회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거짓말을 해서 사실 확인을 못했다는 취지다.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도 “집이 여러 채라 장관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 정서와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인사 원칙을 적용했다는 것이어서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국민들은 후보자들의 지금까지 알려진 비위만으로도 허탈해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우린 다 알고 있었지만 임명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 또한 국민의 눈높이와는 매우 동떨어진 태도라는 비판이 많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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