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英 패션브랜드 ‘올세인츠’ 윌리엄 김 영입한 이유는

입력 2019-04-01 04:03

삼성전자는 영국 의류브랜드 ‘올세인츠’의 윌리엄 김 최고경영자(CEO)를 무선사업부 리테일·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31일 밝혔다. 갤럭시 브랜드 관리부터 온·오프라인 판매 전략까지 스마트폰 마케팅 전반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인 김 부사장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적자에 시달리던 올세인츠를 살려낸 인물이다. 구찌와 버버리에서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던 김 부사장은 2012년 올세인츠에 영입됐다. 김 부사장은 올세인츠 업무 전반에 디지털을 도입해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한편 밀레니얼과 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브랜드와 판매 방식을 혁신했다. 그 결과 올세인츠는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현재 전 세계 27개 국가에서 233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애플이 안젤라 아렌츠 버버리 CEO를 영입해 명품 브랜드로 각인에 성공한 것처럼 삼성전자도 김 부사장 영입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기능적으로는 더 혁신할 여지가 없으므로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로 각인되는지가 점점 중요해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브랜드 파워가 밀려 프리미엄 시장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갤럭시 브랜드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접근 방식을 새롭게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GDC(Global Direct to Consumer)센터를 신설해 김 부사장에게 맡긴다. 김 부사장에게 온·오프라인 판매 및 브랜드 전략 수립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민승재 폭스바겐 미국 디자인센터 총괄 디자이너를 디자인경영센터 상무로 영입했다. 민 상무는 디자인 전략 수립과 기획을 맡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먹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인재도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위구연 교수를 펠로(Fellow)로 영입했다. 펠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회사의 연구 분야 최고직이다. 위구연 펠로는 삼성리서치에서 인공신경망 기반 차세대 프로세서 관련 연구를 하게 된다. 저전력·고성능 AI 프로세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위구연 펠로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소형 비행 곤충 로봇인 ‘로보비(RoboBee)’의 센서·엑추에이터·프로세서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장우승 박사도 무선사업부 빅데이터 개발을 총괄하는 전무로 영입했다. 장 전무는 미국 미주리대학교 산업공학 교수를 역임했고, 아마존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의료로봇연구단장을 역임한 강성철 박사를 전무로 영입해 로봇 기술개발 강화에 나섰다. 강 전무는 로봇공학 박사 출신으로 국내 로봇 개발 분야를 선도하며 의료,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프로젝트를 이끈 바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