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선호 크게 줄었다… 영재학교·과학고는 높아져

입력 2019-04-01 04:03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가 줄어들고 영재학교와 과학고 선호도는 높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시·도 교육청들이 추진하는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에 따른 학부모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초·중학생 학부모 7880명을 대상으로 고교 유형별 선호도를 조사해 31일 발표했다. 이 업체의 입시설명회에 참가 의사를 밝힌 학부모들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영재학교를 보내고 싶다’는 학부모는 지난해 15%에서 올해 23.6%로 껑충 뛰었다. 2013년 7.4%와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폭증했다. 과학고는 지난해 14.1%에서 올해 18.2%로 4.1% 포인트 상승했다. 영재학교는 6년 연속, 과학고는 2년 연속 선호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종로학원은 과학고 영재학교 ‘몸값’ 상승 이유를 진학 실적과 이공계 학과 선호 현상으로 풀이했다. 영재학교 출신 서울대 합격자(최종 등록자 기준)는 2017학년도 214명(6.6%)에서 2019학년도 293명(8.8%)으로 늘었다. 과학고는 같은 기간 116명(3.6%)에서 143명(4.3%)으로 많아졌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합친 비율은 10.2%에서 13.1%로 뛰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수가 전체 고교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서울대생을 배출하는 것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특히 자사고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자사고는 2017년 51.7%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48.4%, 올해 40.7%로 하락했다. 외고 선호도는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다. 2013년 28.6%에서 매년 하락해 올해 12.4%로 반토막났다. 국제고는 2016년 5.6%, 2017년 5.8%, 지난해 6.0%로 상승 추세였지만 올해 5.1%로 꺾였다. 교육 당국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처럼 후기고로 전환하는 등 폐지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재지정 평가 논란 등 자사고 외고 폐지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폐지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자사고 외고 선호도가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지역의 경우 올해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사고 13곳이 서울교육청과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