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국경 폐쇄… 남미 3국 원조 중단” 초강수

입력 2019-03-31 19:55
지난 11일 미 샌디에이고(오른쪽 윗부분)와 멕시코 티후아나(왼쪽 아랫부분) 사이 국경 지대에 장벽 건설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30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삭감하기 위한 첫 조치에 나섰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중미 3개국 원조 중단과 멕시코 국경 폐쇄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러시아 스캔들에서 면죄부를 받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재선을 위해 기존 반(反)이민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에 대한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미 국가들에 엄청난 돈을 지불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캐러밴(Caravan·이민자 행렬)이나 만들었다”며 “이제 그들에게 주는 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지 않으면 국경 폐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멕시코가 (미국으로의) 모든 불법 이민을 즉시 멈추지 않으면 다음 주에 국경 전체 혹은 상당 부분을 폐쇄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기조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허가 없이 남쪽 국경을 넘은 이민자는 7만6000명에 달하며, 이는 전년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미 3개국 원조 중단은 오히려 불법 이민자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경제적 지원마저 끊기면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인 중미 국가 내 극심한 폭력과 범죄, 빈곤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대표적으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30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 원조로 중미 3개국의 경제개발을 촉진해 불법 이민자들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 시민안전국장은 “미국의 해외 원조 중단은 제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도 넘은 반이민 정책은 미국에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멕시코 국경 폐쇄 여파로 양국 교역까지 중단되면 미국에서만 500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치안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차관보였던 후안 곤잘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갱단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 중미 3개국과 체결한 국경보안협정 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 수사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이민 정책 강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NYT는 “특검 수사보고서 공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담해졌다”며 “그는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반이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