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잠!’ 선한 의지와 순수함으로… 유쾌발랄 DC의 반전 [리뷰]

입력 2019-04-02 00:05
DC가 내놓은 새로운 히어로 영화 ‘샤잠!’의 한 장면. 제프 존스의 만화 ‘뉴 52’와 1990년대 제리 오드웨이가 쓴 ‘샤잠의 힘!’ 등의 작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DC의 통쾌한 반격이다. 마블의 기세에 밀려 한동안 자존심을 구겼던 원조 슈퍼히어로 명가가 야심찬 신작을 내놓았다. DC코믹스를 바탕으로 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일곱 번째 영화 ‘샤잠!’(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얘기다.

‘샤잠!’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무려 청소년 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시종 비장한 DC 특유의 분위기를 걷어내고 유쾌 발랄함으로 중무장했다. 액션과 코미디를 통해 가슴 따뜻한 주제의식을 전한다는 점 또한 미덕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냉소적인 15세 소년 빌리 뱃슨(애셔 앤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애를 가진 친구 프레디(잭 딜런 그레이저)를 괴롭히는 불량학생들을 응징하고 도망치던 길에 그는 ‘영원의 바위’라 불리는 신비로운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최후의 마법사’를 만나게 된다. 성경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대죄(분노 식탐 교만 색욕 나태 질투 탐욕)를 바위에 가두고 이 땅의 모든 선한 것들을 지키는 수호자. 그는 빌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한다. 선한 마음과 강력한 의지를 지녔으므로 ‘선택받은 자’가 될 자격이 있다면서.

마법사의 주문대로 그의 이름인 ‘샤잠’을 외치는 순간, 빌리는 어른의 몸을 한 슈퍼히어로 샤잠(제커리 리바이)으로 변신한다. 슈퍼히어로 노릇에 신바람이 난 빌리는 프레디와 함께 자신의 능력을 하나둘 찾아나가는데, 요즘 10대답게 그 과정을 일일이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샤잠!’은 단 한순간도 진지함을 허용치 않는다. 슈퍼마켓 강도를 잡거나 추락하는 버스의 승객들을 구한 빌리가 자신의 공을 숨기지 않고 과시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악당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나, 빌리의 천진함으로 이내 무장 해제되고 만다.

영화는 “순수한 자만이 유혹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지닌 순수함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극 중에는 위기의 순간에 자기만 살려고 아이를 내팽개치고 도망치는 어른이 등장한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구하는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에 설득력이 부여되는 지점이다.

영화의 다른 한 축은 가족이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 다섯 명이 남매를 이루고 살아가는 빌리 가족을 통해 혈연이 아닌 유대감으로도 진정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 서로 연대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엔딩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독특한 액션과 명랑함으로 가득 찬 영화다. 파워풀한 액션이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특히 짜릿하다. 다만 샤잠의 능력치에 비해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악당은 극의 탄력을 다소 떨어뜨린다. 엔딩 크레디트에 삽입된 두 개의 쿠키 영상은 향후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3일 개봉. 132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