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증 실패 책임 엄중히 묻고 인사 시스템 확 바꿔라

입력 2019-04-01 04:01
거듭된 ‘인사 참사’에 임계점 다다른 국민 피로도…
靑 인사라인의 인식, 국민의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최 후보자는 자진사퇴, 조 후보자는 지명철회 형식으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는 처음이다. 인선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검증 실패는 인사 때마다 반복돼 왔지만 그동안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국민의 ‘인사 피로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인사청문회는 우리 사회에 어떤 부조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돼버렸다. 정부 고위직 후보라는 이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살아온 모습을 보면서 나의 평범한 삶에 허탈해하는 시간을 국민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인사는 더 이상 참사여선 안 된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잘못된 인사의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인사수석과 민정수석 교체가 필요하다.

두 후보자의 낙마는 인사검증 방식과 담당자 인식에 모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며 밝힌 결정적 사유는 부실한 해외 학회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와 놓고 검증 과정에서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지명하지 않았을 거라는데, 뒤집으면 그동안의 검증이 당사자 입에 의존한 거였다는 뜻이 된다. 제도적 한계라고 해명하겠지만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면 이는 능력의 한계다. 더 큰 문제는 청문회에서 결격사유로 지적된 나머지 문제를 검증라인이 다 알고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최 후보자는 집값 폭등 지역에 집을 세 채나 갖고 있었다. 3주택자가 돼야 했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전형적인 갭투자자였다. 지명 단계에 집 한 채를 증여하는 꼼수까지 썼다. 국민에겐 다주택자가 되지 말라는 정책을 펴면서 2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다주택자를 국토부 장관에 앉히려 한 발상은 놀랍기만 하다. 현 인사검증 라인의 인식은 국민이 갖고 있는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청와대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7대 인사배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해 왔다. 낙마한 두 후보자에게 이 기준을 들이댔을 때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준이 잘못된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인사 원칙을 재정비하고 치밀한 검증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인사 기준을 강화하면 쓸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탕평인사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벌어진 인사 실패는 어쩌면 내 편, 네 편을 나누느라 좁아진 인재풀에 근본적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진영의 칸막이를 과감히 낮춰 널리 인재를 찾아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