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슬럼화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이들의 빈자리를 무속인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602-13번지 일원 청룡마을 주택가 일대. 주말임에도 활기는커녕 사람들의 모습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허름한 주택가에는 무속인들의 영업을 알리는 깃발만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세 집 걸러 한 집마다 꽂혀 있는 듯한 이 깃발은 강풍에 나부끼며 마을의 정적을 깼다.
골목 한쪽에는 온갖 쓰레기를 모아둔 집,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폐가로 변한 빈집도 있었다. 마을 큰 도로에는 폐지와 고철을 줍는 어르신 몇 분이 눈에 띄었다. 손수레에 폐지를 잔뜩 싣고 이동하는 이들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이에게 다가갔다. 40대 후반의 몽골인이었다. 한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이 몽골인은 청룡마을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소 일용직 일을 하지만, 일이 없는 날은 동네를 돌며 폐지를 줍는다”고 말했다.
청룡마을은 장암생활권2구역이라 불리는 곳으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곳이다. 노후된 구도심 마을 개선을 위해 2008년 본격적으로 장암2구역 12만4900㎡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면서 수년간 정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7년 결국 무산됐다.
재개발 사업이 무산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이곳은 주택과 도로 등 노후화로 인해 슬럼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청룡마을 주민 A씨(58)는 “동네가 노후화되면서 부동산 시세가 주변보다 떨어지자 무속인들과 외국인이 크게 늘어났다”며 “골목에 소방차도 못 들어 오는데 무속인들 때문에 불날까 걱정, 마을에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외국인들의 범죄 표적이 될까 걱정, 걱정만 쌓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장암2구역 청룡마을 대부분 집들은 구도심 주택 특성상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에 취약해 보였다. 특히 좁은 도로와 골목길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단하게 진압할 수 있는 규모의 화재가 자칫 큰 재난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암2구역은 뉴타운, 정비사업 등 개발 이야기만 20년 이상 나오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글·사진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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