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꺼낸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CD’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박 후보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명 전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를 알렸다고 주장하지만, 한국당은 박 후보자가 해당 내용을 언급한 시점과 CD 입수 시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문제의 CD 제공자로 ‘경찰 고위간부’를 지목하면서 수사증거 불법 유출 의혹으로도 불길이 번지는 양상이다.
박 후보자는 28일 페이스북에 “일정표를 확인해 보니 황 장관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2013년 3월 13일 오후 4시40분”이라고 올렸다. 27일 인사청문회 때 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 임명 며칠 전 제가 황 장관을 따로 뵙자고 해서 동영상 CD를 꺼내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 CD를 공유했다는 박지원 의원은 tbs라디오에 나와 “박 의원이 저한테 낄낄거리면서 ‘황 장관한테 (김학의 CD) 얘기를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라고 이야기 하더라”며 박 후보자 편을 들어줬다. 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황 장관이 3월 13일 취임 인사차 나를 찾아왔다. 법제사법위원장이던 박영선 의원도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오후 5시15분’이라고 적힌 수첩 메모도 공개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박 후보자가 황 대표에게 사전 경고를 했다는 시점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3월 11일 장관에 취임했으며, 이틀 뒤인 13일 오후 2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임명 사실을 발표했다. 황 대표가 국회를 방문한 것은 김 전 차관 임명 이후여서 임명 며칠 전에 경고했다는 박 후보자 주장의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같은 달 18일 정식 내사에 착수했다. 당일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은 현재로서 확인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박지원 의원은 그 훨씬 이전인 “3월 초에 CD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 주장이 맞다 해도 CD 입수 경위는 큰 논란거리다. 박 의원은 “경찰 고위간부로부터 CD, 녹음테이프, 사진 등을 입수했다”고 했는데, 이는 내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찰 간부가 핵심 증거를 유출해 야당 의원에게 건넸다는 뜻이 된다. 한 변호사는 “해당 간부의 공무상 비밀누설 행위”라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또 “경찰 간부가 ‘검찰에서 (수사를) 잘 하지 않으니까 적당한 때에 법사위에서 터뜨려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한편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나에게도 거기(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 놀러가자는 제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08~2009년쯤인데 당시에 나는 ‘그런 데를 왜 가느냐’하고 거절했다. 김 전 차관 외에도 무수한 사람들이 그 별장에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지호일 이종선 김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