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 전쟁’ 머쓱하게 한 靑핵심부 투기의혹

입력 2019-03-29 04:02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핵심부에서 터져 나온 ‘부동산 투기 리스크’가 여권을 흔들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 보유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김의겸(사진)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흑석동 재개발지역의 주택과 상가를 갖춘 복합건물을 거액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범여권인 민주평화당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김 대변인은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11억원의 부채를 지고 흑석동의 25억7000만원짜리 2층 복합건물을 매입한 것에 대해 “내 생각에는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것이 투기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이 둘 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2일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김 대변인이 매입한 건물은 같은 해 5월 롯데건설이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흑석뉴타운 9구역’ 안에 있다. 김 대변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전 소유자의 지인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집 내놨을 때는 당시 시세대로 한 것 같은데, 얼마 전 공시지가를 보니 (가격이 올라서) 나도 열 받더라”며 “속이 뒤집어진다”고 했다.

김 대변인의 투기 논란은 최정호 장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으로 야당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와중에 불거졌다. 최 후보자는 3주택(2주택, 1분양권) 보유로 23억원의 시세차익이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부적격 후보자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야당에서는 김 대변인의 건물 매입 과정, 11억원에 이르는 대출 원금 이자 상환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및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김 대변인이 매입한 부동산을 방문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재개발 정보가 새어나간 것은 아닌지 국토위 차원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14억원이 자기(김 대변인) 돈이라는데 그 돈으로 (거주할) 집을 사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냥 버티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다를 게 뭐냐”며 “다만 지금은 우리도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변인과 최 후보자 거취 문제가 확산될 경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거취에 대한 고민이 감지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김 대변인에 대한 신임이 높아 “아세안 가라”는 발언으로 사퇴한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처럼 즉각적인 조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임성수 김판 심희정 기자 joylss@kmib.co.kr